여권이 4·10 총선 패배 후 인적 쇄신에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 검증과 여론 동향을 살피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을 조기 개편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인사를 너무 서둘렀다가 검증이 허술해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오히려 야당에 공세의 빌미만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요한 자리인데 사람을 찾고, 검증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거론된다.

모두 정치권 출신의 정무형 인사들이다. 총선을 비롯한 주요 정국 고비에서 관료 출신 참모들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여론이 많았고, 대통령실 기능의 본질이 고도의 정무 판단이라는 점에서다. 현 정부 들어 김대기 전 비서실장과 이관섭 실장은 모두 부처 관료 출신이었다.

특히 이번에 거론되는 후보군은 모두 중진 의원 출신이다. 차기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을 오랜 정치 경륜으로 풀어나갈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비서’라는 점에서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와는 인선의 결이 다르다.

원 전 장관은 장관과 광역단체장, 중진 국회의원 등을 거치며 입법·행정·자치를 모두 경험해본 이력을 지녔다. 다만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준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야권과 국토교통부 장관 재임 시절 대립각을 세운 적이 있다. 야권은 이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정진석·장제원 의원도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적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진석 의원은 이번에 민심이 많이 돌아선 충청권 인사라는 점도 기용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장제원 의원의 경우 야권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 수 있는데다 본인도 용산행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민주당 출신으로 야권과 네트워크가 두텁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이런 부분이 야권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 위원장은 국무총리 후보로도 많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야당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을 적임으로 꼽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서 지도부와 주요 당직을 거치는 등 오랫동안 핵심 인사로 활약했기 때문에 거야도 공격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장관을 한 적은 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은 없다.

총리에는 주호영·권영세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각각 6선과 5선에 고지에 오른 중진으로 온건한 이미지를 지녔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관련 입장 발표 시기와 형식 내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거듭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현재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단독 회담에 대해 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총선 패배 후 고강도 인적 쇄신 등 당면 현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실장·수석급 고위 참모진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인적 개편의 내용과 폭을 보고 국정 쇄신 의지가 평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윤 대통령이 시간을 오래 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는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0일 총선 패배 후 별다른 공개 일정이 없던 윤 대통령은 휴일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과 관련해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 의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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