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0일’성추문 입막음돈 지급’ 관련 사건에서 유죄는 인정되나 처벌은 받지 않는 ‘무조건 석방’ 선고를 받으면서 취임을 열흘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형사재판에 거의 마침표를 찍었다.

뉴욕주 1심 법원인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폭로를 막으려고 입막음 돈을 지급하도록 하고 관련 회계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무조건 석방’을 선고했다.

머천 판사는 선고 자체를 하지 말라는 트럼프 측 요구는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유죄 판결’로 공식화하되, 실질적으로는 처벌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머천 판사는 유죄로 인정된 트럼프의 혐의들이 심각하며,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전제한 뒤 무조건 석방이 “이 땅에서 가장 높은 직책”을 잠식하지 않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죄 선고’라는 오명은 안고 가게 하되, 실형의 집행유예는 물론 벌금도 선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판사의 다양한 고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형사기소된 4개 사건 중 3건은 실질적으로 재판 절차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이 건 ‘입막음 돈’ 사건은 유일하게 유죄 평결(작년 5월30일)이 난 사건이었다.

‘법대로’ 선고할 경우 4년 안팎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선고 자체를 하지 말라는 트럼프 측 요구를 판사가 거부한 것은 ‘유권(有權) 무죄’의 사례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사법 시스템을 지키려는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일체의 실질적 처벌은 하지 않은 것은 모종의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는 미국 대통령을 처벌받은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민 통합을 위해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처벌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확대 가능성도 판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어 보인다.

이 사건은 유사한 기소 및 처벌 사례가 드문 사건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진영에서는 민주당원인 검사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소했다며 이른바 ‘사법의 무기화’ 주장을 집요하게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층을 더 결집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런 터에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에 대해 사면권을 발동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처벌할 경우 공화당 지지층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4건의 형사 기소 사건은 이로써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매우 사소한 것을 일컫는 말)로 마침표를 찍는 양상이다.

트럼프가 낙선한 2020년 대선의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다는 사건과 그가 2021년 초 퇴임할 때 기밀 서류들을 들고나왔다는 사건 등 연방 특검이 수사한 사건 2건은 대선 후인 작년 11월 25일 공소가 철회됐다.

수사검사인 잭 스미스 특검이 “대통령의 연방법 위반 사건은 연방 차원의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법무부 정책을 따른 결과였다.

이 밖에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법원에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또 하나의 형사사건이 계류 중이지만 절차는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불과 1만1천여 표 차이로 패한 트럼프 당선인(당시 대통령)은 주 총무장관에게 결과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하는 등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로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에 기소됐다.

그러나 카운티 검사장과 특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논란이 불거진 데다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특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연방 대법원 결정의 영향으로 인해 공판의 향배는 오리무중이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4건의 형사기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형사처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당초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끝나가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서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고, 미국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커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판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무조건 석방’ 판결은 이번 사안이 범죄가 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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