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회장선거 23일 치르기로…허정무 “동의 못해, 또 가처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발표문을 읽고 있다. 2025.1.3

축구협회 “후보 참관하에 외부 업체 선거인단 추첨으로 공정성 강화”

야권 후보들 반발…허정무 측 “법원 지적 흠결 그대로…막무가내 축협”

신문선 “선거운영위부터 재구성하고 일정 다시 정해야”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법원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미뤄진 회장 선거를 23일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은 선거 운영에 여전히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축구협회가 제시한 선거 일정에 따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9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는 오는 23일 실시하기로 하였으며,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 재추첨을 12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선거인 명부는 16일 확정된다. 13일부터 3일간 선거인들이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며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기간을 갖는다.

확정된 명부는 후보자들에게 제공되며 선거운동 기간은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 16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22일까지다.

이번 선거에는 정몽규 현 회장을 비롯해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가 후보로 나섰다.

당초 축구협회는 8일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선거를 하루 앞두고 허 후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이 나면서 선거가 연기됐다.

법원은 가처분 인용 결정을 하면서 후보자들이 선거인단 추첨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점, 추첨에 앞서 대상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은 점, 그리고 이 때문에 21명이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점 등이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추첨 업무 전문 외부 업체가 진행하는 추첨을 각 후보자 대리인이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추첨을 통해 ‘3배수’로 예비 명단을 추려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선거인단을 추첨할 때 K리그 등록팀 선수를 28명 뽑도록 규정됐다면, 일단 그 3배수인 84명을 추첨하면서 각각 순위를 부여한 뒤 개인정보 동의에 응하지 않는 선수가 나오면 차순위 동의자가 선거인이 되는 식으로 선거인단을 뽑겠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은 회장 선거인단 추첨 전에 추첨 대상자들로부턴 사전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를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선수, 지도자가 15만명이 넘는 거대 단체다.

축구협회는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미리 받고 추첨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선 추첨, 후 동의’ 방식을 취했으나 법원은 이를 문제 삼은 바 있다.

한편 허 후보는 13일에 주민등록상 만 70세가 되어도 후보 자격을 유지한다.

축구협회 정관은 ‘회장선거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인 자’이여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회장 선거일이 미뤄지면서 허 후보가 후보 자격을 잃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던 터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이번 선거 일정의 변경이 선거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강하여 진행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미 등록된 후보자들의 선거후보 자격은 새로 정한 선거일까지 유지됨을 확인했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또 선거운영위원들의 면면을 후보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점과 관련해 “외부 개입을 방지하고자 위원 명단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으나 1월 7일 자 법원의 결정 내용을 존중하여 위원의 명단과 경력을 후보자 3명에게 각각 전달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부터가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온 만큼, 선거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선거가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가 새 일정대로 선거를 강행한다면 ‘두 번째 가처분’ 신청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허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는 새 일정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축구협회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법원이 지적한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대로 강행한다면 가처분 신청을 또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운영위가 이렇게 촉박하게 일정을 짠 건 정 후보를 감싸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협회 특정감사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정 회장의 자격정지 중징계 조치를 1개월 내로 의결한 뒤 문체부에 보고해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서둘러 선거일을 잡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미뤄진 건 선거운영위의 잘못에 있는 만큼 선거운영위는 재구성돼야 한다”면서 “선거운영위를 해산하고 새로 꾸려 선거 일정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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