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의심 없이 자신하는 내 확신, 믿음, 신념
때로는 가장 소중한 가족 관계 병들게 할 수도
신혜원변호사의 H법정스토리
2025년 을사년을 맞아 여러분은 어떤 새해 결심을 다짐하셨는지요? 어떤 결심,다짐이시든, 열심히, 꾸준히 지켜 나가시길 응원하며, 저의 새해 결심에 영향을 미친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화 콘클라베(CONCLAVE 2024)는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라틴어 콘클라베는 로마 카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되어 진행하는 교황 선출 비밀 회의를 말한다 합니다.
영화에서, 공석이 된 교황직의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전 세계의 카톨릭교회 선거인단 추기경들이 바티칸 홀에 모이고, 선거 과정 내내 외부와 차단된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에서,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선거를 되풀이합니다. 이 때,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진행의 임무를 맡게 됩니다.
내로라하는 카톨릭교회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 내내, 후보자 및 지지자 들 간에 파벌과 대립이 난무하는 가운데, 후보자 들, 한 명
한 명의 상상도 못 할 비리와 음모를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이 파헤치고 밝혀 나가는 영화입니다.
마지막 엔딩 또한 반전과 충격을 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영화에서, 최고로 신망 받는 종교 지도자들 모여서 가장 신성한 교황직을 쟁취하기 위해
벌리는 파벌, 대립, 음모, 비리는 이 세상 어느 정치판 선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 부패, 비리, 분쟁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자, 이런 주제, 소재를 다룬 영화는 허다히 많을 수도 있고, 그 내용이 뻔하게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 마음을 후~욱 하고 건드린 부분은 바로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의 기도입니다. 영화에서, 새 교황이 되고자 나서는 모든 후보들이 하나 같이, ‘내 신념만이, 내 믿음만이, 내 방향만이, 나 아니면 안 되’ ‘저 후보는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저 사람이 되면 우리는 다 망한다’라고 비방, 선동, 협박을 뿜어낼 때, 로렌스 추기경은 이 모든 이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내가 그 어떤 죄보다 가장 두려워하게 된 단 하나의 죄는‘Certainty(확신)’입니다. Certainty는 하나로 단합하는 것의 적이며, 인내함에 치명적인 적입니다.
우리에게 늘 확신에 찬 교황이 아니라, 혹여 틀릴까, 아닐까, ‘Doubt(의심, 염려)’해보는 그런 교황을 허락해 주소서. 죄를 범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러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교황을 허락해 주소서.”
우리 모두가 영어를 배울 때, 사용할 때, Certainty는 확실, 확신 등 긍정적인 의미로,Doubt은 의심, 염려, 불확실, 뭔가 부정적이고 불완전한 의미를 떠올리곤 합니다. 또한, 우리가 속해 있는 모든 ‘관계’에서, 끊임없이 확실, 확신이 요구, 강요 되어지고, 우리는 확실, 확신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Certainty, 확신이 가장 소중한 관계를 병들게 하고 깨뜨리고, 결국 파탄으로 치닫게 하는 것을 제가 접해온 수많은 이혼 케이스에서 매일 보게 됩니다. 배우자 간에,부모 자식 간에,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네가 나보다 똑똑하길 해, 잘 나길 해? 내가 한 번이라도 틀리는 것 봤어?’, ‘아니라니까, 네가 틀렸다니까’, ‘아이구, 이 집구석에서 나 아니면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어’, ‘내 말만 들으면 돼’.
이 칼럼은,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감히 한 번 생각해 보시라고 드리는 글이 아니라, 제가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에 비추어 ‘아~~’ 하고 든 느낌을 나누고자 하는 글입니다. 저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 가족 들 간에, 또 30 여 년의 가정법 전문 변호사라는 경력을 가진 변호사로서 업무를 보는 가운데, 한 치의 의심, 재고의 여지없이 Certainty, 확신, 자신하며 판단하고 말하고 결정하는 순간들이 거의 매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Certainty가 자동적으로 나를 움직이려 할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과연 그럴까? 혹시 아닐 수도 있을까?’라고, 내 생각, 신념, 확신에 대해 Doubt을 해 볼 수 있는 열린 귀와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그것이 새해 다짐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213)385-3773
<신혜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