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Aβ)가 뇌에서 혈액-뇌 장벽(BBB)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최대 70% 이상 낮추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바드리 바르다라잔 교수팀은 11일 뇌 병리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병리학 회보(Acta Neuropathologica)에서 치매 위험이 매우 높은 변이 유전자(ApoE-e4)를 가진 사람들의 게놈을 분석,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뇌혈관계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APOE-e4 유전자가 있지만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APOE-e4 유전자를 가진 70세 이상 수백 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ApoE-e4 유전자가 있으면서도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뇌혈관 내벽을 둘러싸고 뇌 안팎으로 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제어하는 혈액-뇌 장벽 구성 물질인 피브로넥틴을 만드는 유전자(FN1)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브로넥틴은 일반적으로 혈액-뇌 장벽에 미량 존재하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크게 증가한다.
연구팀은 피브로넥틴 유전자 변이가 베타 아밀로이드가 혈액-뇌 장벽을 통해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피브로넥틴이 뇌혈관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을 예방해 알츠하이머병을 막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병 실험동물 모델인 제브라피시와 생쥐 연구를 통해 피브로넥틴을 줄이면 혈관 내 베타 아밀로이드양이 감소하고,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다른 손상들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유럽 출신 ApoE-e4 보유자 1만1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확률을 71% 감소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할 경우에도 발병 시기를 약 4년 정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카간 키질 교수는 “이 결과는 뇌혈관이 알츠하이머병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새 증거를 뒷받침한다”며 “이 유전자 변이의 효과를 모방하는 새로운 유형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예방법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