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미국에 이주한 한인들이 한국과 달리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것이 인종 차별이다.

단일 민족인 한국과 달리 전세계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한국인이라고 다른 대접을 받을 경우 그것이 인종 차별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건 단순히 인종 혐오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종 차별 느낌은 이민 1세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2세 들 도 느끼고 있다.

더구나 1세 보다 2세 들 이 더 인종 차별 사례에 대해 많이 보고하는 이유는 2세일수록 반 아시아 혐오 사건에 대해 더 폭넓은 정의와 높아진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많은 아시아계 2세 들 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 사건이 급증하던 시기에 성장했으며,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언어적 괴롭힘과 미묘한 차별도 섬세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이와 비교해 이민 1 세대는 오히려 미국에서 아시아계 들을 대상으로 한 미묘한 차별을 아시아계 차별 행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덜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인종 차별과 인종 혐오에 대한 혼돈이 있다. 인종 차별은 인종에 바탕을 둬서 한 인종을 직업이나 주택이라는 면에서 다른 인종과 다르게 대우한다는 고용법상 용어다. 반면 인종 혐오는 인종에 바탕을 둬서 혐오 적인 행위나 말을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LA와 뉴욕에서 8백명 이상의 아시아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종차별을 보고한 아시아계 2세대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인종 차별을 더 많이 느끼지만, 법적 도움이나 상담을 받으려는 경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더 자주 경험하고 인종 차별 사례를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도 인종 혐오와 인종 차별을 구별해서 연구에 보고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의 한국인 선수 이강인도 팀 공개 훈련에서 팬에게 인종 차별을 당했다기 보다는 인종 혐오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프랑스 매체 ‘메이드인풋’은 지난 10월26일 “한 PSG 팬이 이강인에게 ‘가자 중국인(Allezmon Chinois)’이라고 응원하는 영상이 SNS에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PSG 선수단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나누던 중 한 팬이 이강인을 향해 인종 혐오 발언을 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울버햄튼의 황희찬도 여러 차례 인종 혐오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이 아시아계라는 인종때문에 팀에서 차별 받지 않았다면 인종 차별이 아니다.

손흥민의 동료 호드리고 벤탄쿠르는 지난해 7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황희찬도 지난해 7월 프리시즌 연습경기 중 상대팀 코모 1907(이탈리아)의 마르코 쿠르토로부터 ‘재키 챈(성룡)’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모두 인종 혐오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이자 패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인 사와 폰티이스카가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보안 요원에게 거칠게 제지당한 뒤 칸영화제 조직위에 소송을 제기했다.

폰티이스카는 영화관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보안 요원에게) 난폭하게 제지 당해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고, 자신의 명성에도 흠집이 생겼다며 10만 유로의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 보안 요원은 칸영화제 기간 내내 레드카펫에서 뒤돌아 인사하려는 참석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마찰을 빚은 참석자들이 모두 유색 인종으로 알려지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일었다.

레드카펫에 오르다가 제지를 당한 미국의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출신 켈리 롤랜드는 지난해 5월23일 AP 통신에 “레드카펫을 밟은 다른 여성 가운데 나와 닮지 않은 여성들(유색 인종이 아닌 여성들)은 꾸짖음을 듣지도, 밀려 나가지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재촉을 받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보안 요원은 지난해 5월19일 레드카펫에 들어선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윤아를 과도하게 막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보안 요원의 행위가 인종에 바탕을 둬서 제지를 했다면 인종 차별이라고 볼 수 있고 보안 회사나 영화제 측을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할 수 있다.

haewonkimlaw@gmail.com

<김해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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