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계란 대란’… 품귀에 가격도 급등

로이터

전국 공급 규모 급감, 조류독감·살모넬라 등으로

주부 최모씨는 지난 4일 계란을 사기 위해 마켓을 4군데나 돌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에 방문한 코스코는 이미 계란이 품귀 됐고 사정은 트레이더조스도 마찬가지였다. 랄프스 마켓에는 12개짜리 계란 상품이 3,4개에 불과했고 가격도 평소의 3배인 9.99달러까지 올랐으며 남아있는 계란 상품들은 모두 계란이 1,2개씩 터져 있었다. 최씨는 결국 한인마켓에서 계란을 살 수 있었지만 11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최씨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계란을 사기 힘들고 가격이 오르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가장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던 계란이 이제는 ‘금란’이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등의 여파로 계란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계란을 사는 것 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장을 볼 때마다 꼭 구매하는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식료품 물가도 들썩이는 등 연초부터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국 계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계란 소비가 많은 연말과 새해가 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더 오르는 추세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12개 A등급 대형 달걀 소매 가격은 평균 3.65달러로 집계돼 전월(3.37달러)보다 8.3% 올랐다. 올해 연초 2.50달러 대비 46%나 오른 가격이다. 계란 가격은 1월에는 5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평균 가격이고 소비자들이 실제 접하는 가격은 이 보다 훨씬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계란 12개의 평균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180% 넘게 올랐고, 1주일 전보다는 18% 상승했다.

계란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22년 2월 전까지 2달러 이하 수준을 유지했었다. 계란 가격은 2023년 1월에는 역대 최고인 4.82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앞으로 노동부가 발표할 1월 가격은 이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가주의 경우 지난 12월 20일 기준 12개 계란 평균가격은 8.19달러를 기록, 전달의 5.21달러에 비해 한 달 만에 2.98달러나 올랐다.

계란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확산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수백곳의 낙농장으로 확산했고, 사람에게까지 전염돼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65명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양계장에서는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 산란계를 대규모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NYT는 미국 내 최대 계란 생산 지역인 아이오와주 농무부가 이달 들어 400만여 마리의 암탉을 기르는 양계장을 포함해 다수의 양계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가주 등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조류독감에 감연된 암탉은 770만마리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감염, 처분된 닭은 1억2,500만마리에 달한다. 이중 알을 낳는 암탉만 지난 10월 15일 이후 2,000만마리가 넘게 살처분됐다.

미시건주립대 식품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르테가는 계란 소매 가격의 단기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양계 농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피해 이후 닭을 다시 키우고 계란 공급을 재개하는 데는 약 4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계란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요리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이다. 그러나 이제 계란도 마음대로 먹을 수 힘든 시기가 도래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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