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미국·일본서 샤넬·랑콤 보유한 프랑스산 제쳤다

지난달 3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해외마케팅종합대전’에서 해외 바이어가 전시된 K뷰티 제품을 사진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화장품 수출 100억달러 돌파…미국서 기초·일본서 색조 잘 팔려

트럼프 2기 규제강화 우려…ODM 기업들, 미국 공장 가동률·영업↑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뷰티가 미국과 일본에서 샤넬과 랑콤과 같은 고급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산을 제치고 수입 1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는 기초화장품, 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 중심으로 각각 K-뷰티 열풍을 일으키면서 ‘화장품 강국’으로 우뚝 섰다.

5일(한국시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화장품 수출은 2014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다 2021년 92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022년(80억 달러)과 2023년(85억 달러)에 주춤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수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1∼10월)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4억517만 달러로 그동안 1위 자리를 지키던 프랑스(10억3천215만 달러)를 제쳤다. 국가별 점유율은 한국이 22.2%로 프랑스(16.3%)를 5.9%포인트나 따돌렸다.

일본에서도 2022년에 이어 3년째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가 지난해 3분기까지 국가별 수입 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이 941억9천만 엔(8천78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가 822억8천만 엔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점유율은 한국이 28.8%, 프랑스가 25.1%였다.

K-뷰티가 폭풍 성장한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일본이 수입하는 화장품 품목을 보면 각각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의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화장품 세부 항목별 수출액을 보면 5년간 미국에서는 기초화장품, 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이 각각 수출액 증가율이 높았다.

기초화장품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2020년 2억3천185만8천 달러에서 지난해 8억1천508만1천 달러로 3.5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1억2천396만1천 달러에서 2억6천778만8천 달러로 2.2배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1억9천687만7천 달러에서 지난해 3억1천662만3천 달러로 1.6배로 증가했고,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2억170만6천 달러에서 2억5천835만2천 달러로 1.3배로 늘었다.

화장품 업계는 미국에서 기존에는 올인원(All in One·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군) 제품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등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산 피부관리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K-팝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원영 메이크업’과 같이 한국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을 동경하고 따라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핵심 성분을 강조한 기초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트렌디한 제형과 아기자기한 패키지 형태의 한국 색조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선 다양한 호수의 색상을 개발해야 하는 색조 제품보다 기초 제품의 침투율이 더 빠르다”고 분석했다.

현재 화장품 업계는 성장세가 뚜렷하고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글로벌 보건산업 시장 규모’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화장산업의 미국 시장 규모가 964억 달러로 가장 크다. 중국은 711억 달러로 2위, 일본은 269억 달러로 3위였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으로 눈을 돌린 아모레퍼시픽의 북미지역 매출액은 2020년 766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천56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코스알엑스 실적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LG생활건강 역시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 브랜드와 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북미 전용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신년사에서 미주 시장의 제품 보강과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미녀, 티르티르, 달바 등 인디브랜드들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진출하고 ‘입소문’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해 규제를 강화하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K-뷰티’ 수출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수입품에 10∼20%의 이른바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화장품은 무관세”라며 “여기에 10% 이상 관세를 매기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1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2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2공장이 완공되면 북미법인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방침”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인디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시장 접근성과 물류 효율성을 강조한 ODM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 역시 미국 동부 뉴저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3분기부터 미국 서부 영업사무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현지 인디브랜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에선 K-뷰티 제품력이 입증된 만큼 관세 인상과 같은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은 가격대가 높은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품목과 달리 소비재라 가격대 자체가 높지 않아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K-뷰티가 초반에는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성분 중심의 품질력으로 주목받으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변동으로 현지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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