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원변호사의 H법정스토리

미국에 와서 산 세월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한국어, 문화, 정서가 개인에게 깊이 배어있는 경우, 한국식 습성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 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국과 미국 사이의 언어, 문화, 정서의 차이로 인해, 법적으로 ‘부당 혹은 과한’ 오해와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씨 부부 사례입니다. 김씨 네는 미국에 이민 온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모두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마치고 온 터라, 부부 사이의 모든 대화는 한국어로 나누며 살아왔습니다.자, 이런 김씨 부부가, 아저씨가 잠시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판 것이 핸드폰 문자 기록을 통해 들통이 났습니다. 그 날 후로, 아줌마는 사네, 못사네, 뒤집어 졌고, 매일 밤 아저씨가 퇴근하면 아저씨 붙들고 이혼 하자며 날 밤을 세곤 했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아저씨가 죄인 된 마음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아줌마에게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헌데, 아줌마 화가 사그라지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만 합니다. 급기야, 아줌마, 이혼 합의서를 만들어 와서, 아줌마가 아이들 맡아 키우고, 재산 몽땅 아줌마에게 다 주고, 아저씨는 몸만 나가라 합니다. 아이들 사랑 만큼은 극진한 아저씨, 이혼은 죽어도 못한다고, 버티고 또 버팁니다.

그 날 밤도 또 같은 일이 반복이었습니다. 아저씨가 퇴근하니 아줌마가 또 이혼 서류 들이밉니다. 아저씨도 이젠 지쳐서 저녁밥도 안 먹고 방에 들어가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는데,아줌마가 따라 들어와, 이혼 얘기 마무리하자 합니다. 며칠 째, 잠도 못 자고, 저녁도 못 먹고,아저씨, 드디어 폭발하네요. ‘미쳤어? 이혼을 해? 애들은 어쩌라고. 아, XX, 죽을래? XX, 죽고 싶어 환장했어? XX 그만 좀 해라, 죽는다.’그러고 얼마 후, 아저씨, 가정 폭력 접근 금지 명령 재판에 출두하라고 법원 서류를 전달 받습니다. 내용인 즉, 아저씨가 아줌마를 죽인다고 협박(“THREAT TO KILL”)을 해서 아줌마가 가정 폭력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는 것입니다. 아저씨, 서류를 보며, ‘아니, 누가 누굴 죽인다고 협박을 했다는 거야? THREAT TO KILL?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재판 당일 날, 아저씨, 판사님께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러 나갔더니, 왠걸,아줌마가 아저씨가 소리 지르던 내용을 녹취한 음성 파일, 또 한국어 음성 녹취 파일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한 녹취록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재판 중 음성 녹취 파일을 트는 것이었습니다.

아줌마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죽을래? 죽고 싶어? 죽는다’라는 표현이 ‘YOU GET KILLED? YOU WANT TO GET KILLED? YOU WILL GET KILLED.’라고 모두 ‘KILL’이란 영어 단어를 사용해서,아저씨가 한 한국말 표현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너’라는 주어를 영어 ‘YOU’로 집어넣어서 직역 되어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황당해서, 안 되는 영어로 한국말 ‘죽을래?’는 죽이겠다는 협박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한국말 일도 모르는 판사님은 무 표정인 얼굴로 아저씨만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어로 ‘죽을래? 죽고 싶니? 죽는다’ 라는 표현은, 한국 문화,정서에서는,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친구, 연인, 형제, 자매, 직장 동료, 부모 자식 간에도, ‘하지 마라, 까불지 마라, 그만해라, 제대로 해라’ 등의 다양한 의미로, 심지어, 장난, 농담 속에서도, 혹은 욕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두 개의 서로 다른 문화, 언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한 단어를 직역하기 보다, 그 단어가 사용된 앞 뒤 문맥, 상황에 맞게 번역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실제 삶을 통해 경험해 보지 못한 문화, 언어적 표현을 짧은 재판 시간 동안에 판사님께 전달하고 이해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화가 나서 소리 지르는 음성 녹취 파일과 곁들여 지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사는 동안은, ‘KILL’로 번역될 수 있는 그 어떤 한국어 표현도, 싸우는 관계, 논쟁이 있는 관계, 적대적인 관계에서는 절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신혜원 변호사 Certified Specialist,Family Law

(213)385-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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