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아닌 제1당”… 민주당, 국정협의체 띄우며 ‘수권 모드’ 시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한덕수 탄핵 카드 공식 보류
“거부권 말라” 韓에 중립 요구도
국민의힘은 ‘제2당’…여당 힘 빼기
특검, 국조 잰걸음, 탄핵 심판 속도전
與는 “국민의힘이 여당” 협의체 거부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정운영 최일선을 자처하며 수권 모드로 돌아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혼탁해진 정국을 수습하는 데 민주당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조기 대선까지 직행하겠다는 포석이다. 국회와 정부를 내세운 국정안정협의체를 선제적으로 띄우고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카드도 접기로 했다.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도 밀어붙이며 윤석열 정권의 색깔 빼내기도 본격화할 태세다.

“여당이 어딨나… 1당과 2당만 있을 뿐”

수권을 위한 첫 단계는 국정 주도권 잡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비정상 상황이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초당적 협력체가 필요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앞서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생뿐 아니라 외교안보까지 망라해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국정운영을 전담할 ‘과도정부’를 노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을 야당이 아닌 ‘제1당’으로 부각하는 데도 주력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금 여당이 어디 있느냐. 여야가 아니라 이제는 의석수 기준으로 1당은 민주당 2당은 국민의힘”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 누렸던 여당 프리미엄은 탄핵안 가결로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당 힘 빼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이 대표가 초당적 테이블로 여야정협의체란 표현 대신 국회와 정부만 언급한 것도 여당을 패싱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는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국회 제1당인 민주당도 경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을 일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고 발끈하며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겠다”고 못 박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한덕수 권한대행을 찾아가 당정협의 재개를 촉구하며 맞불을 놨다. 국정 수습 주체를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선 ‘중립’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과 전날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며 “여아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국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한 권한대행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을 향해 “직무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 아니겠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이 거듭 돌려보냈던 김건희특검법이나 각종 쟁점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민주당 주도의 국정운영도 예고했다. 이 대표는 “당장 해야 할 일은 내수 부족, 정부의 재정 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 침체”라며 추경 예산 편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추경 예산 항목으로는 △지역화폐 △전력확보를 위한 기반시설 등을 콕 집었다. 모두 이 대표가 주력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헌재 신속한 파면이 혼란 최소화”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탄핵 속도전’도 강조했다.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헌재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이날 “윤 대통령의 파면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만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헌재에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빠르게 내려질 수 있도록, 내란특검을 조속히 가동하고 국정조사도 서둘러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진상규명 작업을 통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밝혀낼 새로운 증거를 찾고,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내란특검에 대해 “대통령이 ‘아무 잘못 없다,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하는 상태 아니냐. 법과 원리 원칙, 상식과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헌재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게 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구성도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을 중심으로 불법 계엄 사태 전모를 밝혀내는 데 공격수로 활약한 국방위,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韓 탄핵 카드 보류… “거부권 안돼” 경고

민주당이 과도하게 남발해온 고위공직자 탄핵 폭탄도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를 공식 보류했다. 이 대표는 “이미 총리께서 직무대행으로 확정됐고,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덕수 탄핵 카드를 접었다고 강조했다. 앞에서는 국정 안정의 책임성을 강조해놓고 국무위원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수권 정당 행보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란 사태에 동조한 책임을 다 묻기 시작하면, 살아남을 국무위원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검사 탄핵과 검찰개혁도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혼란 극복, 민생 회복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검찰개혁 같은) 제도적 개혁 문제는 혼란이 정리된 뒤 논의해도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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