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매거진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지난 2006년 한국계 수퍼볼 MVP였던 하인스 워드와 함께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 출생이었던 워드는 자신이 태어났던 고향에 오래간만에 간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뻐하고 있었다. 조지아주에서 자랐고 조지아 대학을 졸업하고 애틀란타 인근에서 살아서 미국에서 조지아주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 워드는 조지아주의 영웅이다.

조지아주를 너무나 사랑했던 워드는 자기가 태어난 것으로만 알았던 서울을 탄생후 처음 방문하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서울시장 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측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측은 워드의 서울 방문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워드는 먼저 서울시청을 방문하고 그 다음날 청와대를 방문하게 스케줄이 잡혔다. 워낙 공사가 다 바쁘신 중량급 인사들이라 한번 이렇게 스케줄이 잡히면 전세계에 알려지고 언론에 보도가 되기 때문에 바꾸기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지만 워드가 서울시 뒤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청와대측은 청와대를 먼저 방문할 수 없냐고 애걸복걸을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런 와중에 워드는 필자에게 청와대를 꼭 방문해야 하냐는 청천벽력의 질문을 해서 필자를 비롯한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워드에게는 자신의 고향인 서울시를 방문하는 것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 듯 했다. 아니면 지역 자치 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자라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애틀란타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수도일 정도로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자존심이 센 도시다.

이렇게 미국에서 보면 국가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에 대한 애향심이 학연과 지연과 엵혀서 끈끈한 경우가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캠페인 팀이었던 조지아 마피아가 있었고, 빌과 힐러리 클린턴의 친구와 로펌 파트너들로 구성된 아칸소 사단이 있었다.

남가주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사단 그리고 칼 로브와 곤잘레스 전 법무부 장관 등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텍사스 측근들도 정실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을 받았었다. 행정부의 초기 승패를 대통령 측근들의 능력과 충성도에 달려 있다.

조지 부시 아버지 대통령의 경우 워낙 워싱턴 인싸 였기 때문에 이런 지역성 짙은 참모들이 없었지만 그 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자기들의 선거운동을 함께 한 출신지역
인사들로 국정 수행을 시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사단이 있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과 플로리다 출신 인사들을 선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 펜실베니아 등 북동부 출신이지만 그다지 지역색이 짙지
않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계엄령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갑자기 충암고 사단이 사람들의 입에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계엄령에 관련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 사령관, 박종선 777 사령관 그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모두 충암고 선후배 출신으로 엮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약 4시간 전에 고교 후배인 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져서 주목을 받았다. 이 장관은 윤대통령의 4년 후배다.

지난 1969년에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서 개교한 충암고는 야구부와 바둑팀으로 유명한데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 이름을 바꿔달라는 청원이 들어오지 않나, 학생들까지 비난을 받지 않나 난리다. 거기에 충암학교 이사장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죄까지 하는 오버를 벌이고 있다. 이사장이나 충암고가 뭘 잘못했다고 자기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출신 지역을 지지 세력으로 등에 업고 정치를 해서 지역 갈등을 벌인 아픈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서울 출신인 윤 대통령의 경우 그런 지역색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지도 학연이 튀어나왔다.

김 전 국방장관은 더구나 그 전에는 윤 대통령의 경호 처장 이었다. 88년도도 아닌 21세기에 윤 대통령은 자기 부부를 보호할 충성심이 있는 동문들이나 위계질서와 명령에 충실한 육사, 검사 출신들을 중용 해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필자는 본다.

제발 2025년에는 한인 고용주들도 지연,학연, 혈연, 종교를 떠나서 일을 잘 하는 직원을 채용해서 불경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

haewonkimlaw@gmail.com

<김해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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