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문한 앙골라 노예박물관… ‘노예무역 상흔’ 상징

앙골라 루안다 국립노예박물관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

15~19세기말 앙골라 루안다, 노예무역 핵심항…노예 500만명 팔려가

“노예제는 미국의 원죄다…역사를 감출 수는 있지만 지울 수 없고, 지워도 안 된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앙골라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수도 루안다의 국립노예박물관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앙골라의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역사적 맥락을 조명한 발언으로 과거의 아픔을 기리는 동시에 화합과 치유를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노예무역은 인간을 상품으로 국가 간 거래하는 행위로 가장 비인도적인 범죄 행위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15세기에서 19세기 말까지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주와 카리브해 쪽으로 흑인들을 상품으로 매매하던 행위를 말한다.

이 과정은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 대륙을 연결하는 대서양 삼각무역 체제를 통해 이뤄졌다.

유럽에서 총, 직물, 철제품 등을 아프리카로 수출하고 아프리카에서 미주로 노예를 수출하고, 미주에서 유럽으로 노예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설탕, 면화, 담배, 커피 등을 수출하는 체제의 핵심 요소였다는 얘기다.

대서양 삼각무역은 단순한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아프리카와 미주의 사회적, 문화적, 인구학적 변화를 초래한 강제적 이동과 착취의 역사였다.

이 기간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 간 이들은 최소 1천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휴 토머스가 쓴 ‘노예무역: 대서양 노예무역 이야기 1440∼1870′(1997)에 따르면 16세기 후반부터 포르투갈 식민지로 점령된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항구는 당시 대서양 노예무역의 핵심 항구였다.

19세기 중반 국제사회의 압력과 포르투갈 내 반노예제 운동으로 노예무역이 점차 축소되기까지 루안다를 통해 강제 이송된 아프리카 노예는 500만명을 넘는다.

전체 규모에서 약 40%에 달하는 비중으로 루안다가 대서양 노예무역의 구조적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고 토머스는 설명했다.

루안다에서 출발한 노예의 대부분(약 90%)은 미국이 아닌 브라질로 보내졌다.

브라질로 이송된 노예는 주로 사탕수수, 담배, 커피 농장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됐다.

나머지 10% 정도가 쿠바, 아이티,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와 미국으로 이송돼 설탕, 커피, 면화 재배지 등에서 일했다.

토머스는 책에서 특히 앙골라와 브라질 간의 경제적·문화적 관계와 노예무역의 비인간적 실태를 생생히 그리며 앙골라가 대서양 노예무역에서 차지한 중심적인 역할을 상세히 조명했다.

루안다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항로의 험한 항해 조건과 비위생적인 선박 환경 등으로 인해 항해 중 사망한 노예가 15∼20%에 달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번에 바이든이 방문한 루안다의 국립노예박물관은 공교롭게도 대서양 노예무역의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룬 토머스의 책이 발간된 1997년 개관했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1575∼1975년)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루안다의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곳으로 노예거래에 사용된 쇠사슬과 족쇄, 노예무역 지도와 항로 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특히 당시 노예들이 출발했던 해안 근처에 지어진 예배당이 박물관 안에 자리 잡고 있어 당시 노예들의 아픔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시니어 라이프]60세 이후의 불청객, 암과의 현명한 동행법

"방문객이 왔습니다만..." - 우리 몸의 SOS 신호 알아채기 60세를 넘어서면 우리 몸은 때때로 조용한 경고를 보냅니다. 원인 모를 체중 감소, ...

“LA 올림픽 누가 책임지나?”… LA 올림픽 준비는 조직위, 시정부·주정부는 ‘세금 보증

LA28 조직위는 "민간자금" 외치지만, 실상은 LA시와 캘리포니아주 세금으로 보증... [로스앤젤레스] 2028년 제34회 하계 올림픽을 준비하는 로스앤젤레스가 표면적으로는 '민간자금 모델'을 내세우고 ...

미국 사회보장연금 지급 중단 위기 경고

前 SSA 국장 "수백만 명에 혼란 올 수도"...인력 감축·조직 개편 여파 미국 사회보장연금(SSA) 수급자 수천만 명이 곧 연금 지급 중단 ...

LA 메트로, ‘뛰어넘기 불가’ 개찰구로 무임승차자 ‘전쟁’ 선포

역 출구에서도 교통카드 태그 의무화... "범죄자 96%가 무임승차자" 안전 대책 강화 로스앤젤레스(LA) 메트로가 급증하는 무임승차와 이에 따른 범죄 증가에 강력 ...

헤그세스, “트럼프 국정과제 방해 시도” 강력 반발… 펜타곤 혼란 가중

민감 군사정보 단체방 유출 의혹에 "기밀 아니다" 강조하며 전직 보좌관 비판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시그널(Signal) 메신저를 통해 군사 정보를 ...

“엔비디아 필요 없다”…中아이플라이텍, 화웨이 칩 활용 AI 공개

"추론 AI 모델 '싱훠X1', '오픈AI o1·딥시크 R1' 따라잡아"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아이플라이텍이 중국 화웨이의 AI칩만 이용해 훈련을 거친 추론 AI ...

‘마약 투약 혐의’ 이철규의원 아들 구속심사…며느리도 대마 양성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아들이 23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 9분께 ...

또 한인여성 사기… “70만불 빌려 도박 탕진”

▶ “고리이자 제시 빌린뒤 부도수표에 폭행까지” ▶ 피해자들 경찰에 고발 얼마 전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300만 달러를 갈취한 혐의로 시애틀 ...

“택배 찾아가라” 문자 링크 눌렀다가 ‘낭패’

▶ ‘톨요금 납부’ 문자 등▶ 텍스트 메시지 사기 ▶ 5배 이상 피해 증가▶ 한인들 실제 피해도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한인 조모씨는 ...

미 대사관 또 비자관련 경고 “ESTA 신청서 사실대로 써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기조 속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국 비자 및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 시 ‘정직’을 강조하며 잇달아 강경한 메시지를 ...

이강인, 6호 도움으로 두 달만의 공격P…PSG, 낭트와 1-1 무승부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이강인이 시즌 6호 도움으로 두 달 만에 공격 포인트를 쌓으며 파리 생제르맹(PSG)의 무패 우승 도전에 힘을 ...

“김수현 명예와 권리 지키기 위해”..팬들이 직접 나섰다

배우 김수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팬 연합이 나섰다. 소속사 측이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힌데 이어, 팬들이 김수현을 위해 ...

채종협·박서진 이어..나인우·니엘, ‘합법적 군 면제’ 왜?

배우 나인우(30)에 이어 그룹 틴탑 멤버 니엘(30)도 '군 면제' 처분을 받아 화제다. 앞서 지난해 나인우는 고정 출연 중이던 KBS 2TV ...

“엉덩이 예쁘니까” 추성훈, 거침없는 티팬티 공개..제작진 ‘경악’

이종격투기선수 추성훈이 속옷을 공개했다. 22일(한국시간) 추성훈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추성훈이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소개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추성훈은 2박 ...

아이브, 일본 드라마 OST 첫 참여… ‘데어 미’ 발표

걸그룹 아이브가 일본 NTV 일요 드라마 '다메마네! -안 팔리는 탤런트, 매니지먼트 합니다!-'의 OST '데어 미'(DARE ME)를 발표했다고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22일(한국시간) ...

‘데뷔’ VVS “떨리고 낯설지만 설렌다..지금 이순간 행복”

신인 걸그룹 VVS(리원 브리트니 아일리 라나 지우)가 가요계 데뷔 소감을 밝혔다. VVS는 22일 오후 2시(한국시간)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싱글 ...

테슬라 1분기 자동차 매출 20% 감소…순이익 71% 급감

매출·주당 순이익 시장예상치 하회…"정치적 분위기에 단기적 영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냈다 ...

트럼프 “中, 협상안하면 우리가 숫자 결정…파월 해고 생각안해”

"中과 매우 잘되고 있어…中, 협상하면 관세율 상당히 내려갈 것" "파월, 금리인하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금융 과도기 더 갈 수도" 도널드 트럼프 ...

한국 대선 앞두고 LA 한인 사회에서 대선 후보 지지 모임 열려

홍준표 후보 지지하는 남가주 한인들 타운서 모임 선거법 저촉될까봐 마이크 끄기도 제 21대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도 한국 ...

5월 1일 LA 다운타운에서 이민자 권익 옹호 가두 행진

오는 5월 1일 , 이민자 권익 옹호단체와 노조, 종교, 시민단체가 엘에이 다운타운에서 메이 데이 이민자 권익 가두 행진을 벌입니다 22일, ...

한미 은행 1분기에 대출, 예금 호조

한미 은행이 올 1분기 순이익 1천770만 달러로 주당 순익 58센트를 기록해 전분기와 변동이 없었습니다. 예금은 신규 상업계좌와 신규 지점 개설 ...

[속보]LA 한인타운 초등학교 인근 총격 사건, 용의자 1명 체포…추가 용의자 추적 중

학생과 교직원 무사한 가운데 경찰, 한인타운 일대 경계 강화 오늘(22일) 오전 11시 27분경,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초등학교(1211 S ...

뉴섬, 자아성찰 없는 민주당 비난, “독성 브랜드” 된 현실을 직시하라

개빈 뉴섬 "에코 체임버에 갇혀 패배 원인도 모르는 당, 내가 어디에 속했는지 모르겠다" 통렬 비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민주당의 ...

끝나지 않는 헤그세스 파동, 제2차 기밀정보 시그널 유출로 펜타곤 위기 심화

가족·변호사 단체방에 예멘 공습 정보 공유... 참모진 6명 대량 경질로 내부 혼란 가중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예멘 내 미군 ...

뱅크 오브 호프 1분기 순이익 2,100만 달러

뱅크 오브 호프의 올  1분기 순이익 2천110만 달러, 주당 순이익은 17센트를 기록해 전분기의 순이익보다는 소폭 줄었습니다 올 1분기 총수익은 1억 ...

뉴욕증시, 미중 무역관계 개선 기대에 2%대 급등… 다우 1,000포인트 이상 폭등

재무장관 "미중 교착상태 완화될 것" 발언에 투자심리 회복... 대형 기술주 일제히 상승 뉴욕증시가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과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

” 의료 시한폭탄”- 캘리포니아, 불체자 의료비로 파산 위기

"예산 8조원 적자" - 공화당 "즉각 중단해야" vs 민주당 "취약층 보호는 필수" 캘리포니아주의 메디칼(Medi-Cal) 프로그램이 불법체류자 의료 지원 확대로 인한 ...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 LA 킹스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 제창 이끌어

NHL 플레이오프 1차전, 2만 관중 함께 국가 부르며 화합 연출다운타운 크립토닷컴 아레나서 LA 킹스 vs 에드먼턴 오일러스 경기 14명의 시니어센터 ...

차기 LA시 예산안..해고되는 1,650명 공무원중 4분의 1은 LAPD 에서

LAPD 민간 직원 4백명 감축 ..경관이 행정 업무 떠맡으면서 치안 부재 우려 소방국은 3백여명 늘려 캐런 배스 엘에이 시장이 차기 ...

“비자 박탈된 유학생 133명 오늘까지 체류 신분 복원시켜야” 연방 판사 가처분 명령

국토 안보부에 의해 최근 비자가 박탈된 유학생 133명이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지법 판사는 22일까지 이들 133명 유학생들의 체류신분을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