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인 7일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당에 일임했다. 당연한 수순임에도 너무 늦은 사과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헌법적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강변했고,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에서도 대국민사과에 대해 머뭇거렸다.

[연관기사]이재명 “尹 담화 매우 실망…탄핵 외에 길이 없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거국적 분노를 뒤늦게 알아채고는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을 바란다고 당과 여론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대국민담화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고 말하면서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심야 비상계엄을 전 국민의 경악과 분노를 자초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은 사태 나흘 만이었다. 하지만 고작 500자 분량에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탄핵 표결 7시간 전 2분 대국민담화

비상계엄 선포 나흘만에 사과는 했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 사과와 해명을 촉구하는 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에서야 짧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전 국민적 탄핵 여론, 당 분위기를 사전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 한 대표와의 면담 직후 당이 탄핵에 반대해 줄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충암파’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대기발령을 곧바로 지시한 것도 한 대표의 요구 조건 일부를 수용하며 7일 탄핵만은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한 대표가 당으로 복귀해 “대통령으로부터 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며 ‘직무정지’ 입장을 유지하면서 상황은 훨씬 긴박하게 돌아갔다. 늦은 밤까지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 최측근 참모였던 주진우 의원 등이 대국민 사과와 해명, 거취 표명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책임 커진 여당… 구체적 수습안 없이는 ‘방탄’ 비판 커질 듯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오후5시 이후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야겠지만, 당론으로 정해진 ‘부결’로 결론이 나더라도 윤 대통령이 던진 수습 방안, 국민들이 요구하는 퇴진 방법을 조속히 제시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당장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국회 활동을 막으려 한 것, 특정 정치인들을 체포 구금하려 한 것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잘못한 게 없다’는 기존 인식이 유효하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구체적인 방안 제시 없이는 윤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는 ‘방탄 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