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예산안 처리후 인사발표 가능”…트럼프 2기 출범 고려 신년초 될수도
‘장수 장관’ 교체설 지속 제기…용산 출신 차관 배치로 장악력 제고 전망도
내년 1분기까지 임기 종료되는 100명 가까운 공공기관장 인사도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을 함께할 내각과 참모진 구성을 위해 고심 중이다.
임기 후반의 키워드로 삼은 ‘양극화 타개’를 실현하고, 의료·연금·노동·교육 개혁에 저출생 대응을 아우른 ‘4+1 개혁’을 완수할 인물을 발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용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7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고위직에 대한 인적 쇄신은 국정 쇄신과 연결되는 문제”라며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내각과 용산 참모진 개편을 위한 검증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인사 검증에 직접 관여하는 소수의 참모진을 제외하고는 유력 후보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선(先) 참모, 후(後) 장관’, ‘선 장관, 후 총리’ 등 여러 관측이 나오며 인사 관련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국회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이 한두 달 사이에 전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등까지 감안해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창 국회에서 예산안을 두고 씨름 중인데 앞장서서 여야 의원을 설득해야 할 장관을 교체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예산안 처리가 완료된 이후에나 인사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은 이달 2일이다. 그러나 야당의 감액 예산 강행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예산안의 본회의 최종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타이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도 고려할 경우 본격적인 인사 발표는 연말이나 신년 초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각에서 교체 대상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재임한 ‘장수 장관’들이 꾸준히 거론된다.
한 총리는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내각을 조율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고, 현실적으로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인준이 필요한 총리 교체가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유임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인사를 통한 국정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총리 후보군으로는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 5선의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의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임기 초반부터 재직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교체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을 책임진 이주호 장관과 조규홍 장관은 지난 개각에서 제외됐으나, 큰 틀의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 방향이 정립돼 이번 개각에서는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보다 차관 인사를 통해 국정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전에도 장관 인사에 앞서 차관 인사를 단행한 전례가 있다. 특히,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을 차관으로 승진 기용한 사례가 많았다.
지난 8월 박성태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으로, 앞서 2023년 6월에는 임상준 국정과제 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등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20명이 차관 또는 차관급으로 기용됐다.
대통령실 참모진을 친정 부처 차관으로 승진 기용할 경우 ‘직할 체제’를 갖춰 부처 장악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직 사회의 사기를 제고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대통령실 출신의 차관 기용은 연쇄적으로 용산의 인적 개편과 맞물린다. 대통령실의 빈자리를 다시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규모 공공기관장 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 말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연말을 전후해 대거 종료되거나 이미 종료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339곳 가운데 57곳의 기관장 임기가 종료됐으며, 내년 1분기 임기가 종료되는 자리도 38곳에 달한다.
정부의 국정 과제를 일선에서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빈자리가 속속 채워질 경우 ‘양극화 타개’를 위한 개혁 과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