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나흘만에 캐나다 총리 급거 미국행…만찬 포함해 3시간 회동

무역·국경 등 현안 논의…G7 정상 중 트럼프 첫 대면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25% 관세폭탄’ 위협을 받은지 나흘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을 찾아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했다.

두 사람의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찬까지 약 3시간 이어진 회동에서 무역과 국경, 마약 등 다양한 현안이 안건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인 ‘키스톤 XL 프로젝트’의 재개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텍사스주를 잇는 초대형 파이프라인인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임 시절 승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켰다.

이 밖에도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언급하면서 관세부과 계획을 철회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면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두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위협에 캐나다달러가 하락하는 등 충격파가 일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인 5천927억 캐나다달러(약 591조원)가 미국에서 나왔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통해 해명을 시도했다.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불법 입국자는 멕시코 국경에 비하면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마약 밀수도 멕시코 국경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항변이었다.

이날 트뤼도 총리가 사전에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플로리다에 방문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 총리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발언을 할 때, 그는 그것을 실행할 계획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응에 부심했다.

트뤼도 총리의 방문은 총리를 태운 비행기의 동선을 추적한 캐나다 언론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트뤼도 총리의 플로리다 행에는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과 케이시 텔퍼드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르블랑 장관은 8천800km에 달하는 국경에 드론, 헬기, 국경 요원을 추가로 투입해 안보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을 겸하게 될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가 배석했다.

G7(주요 7개국) 정상 중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회동한 사람은 트뤼도 총리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집권 9년 차에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라 이번 회담의 성과가 본인의 정치적 명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펜 펜슨 오타와 칼턴대 교수는 “트뤼도가 플로리다까지 내려가 무릎을 꿇고 ‘제발 관세를 올리지 말아달라’고 간청한 것은 큰 파급력을 지닌다”며 트뤼도가 관세 폭탄 철회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캐나다는 보복 관세로 대응할 미국산 제품 목록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고위 당국자는 AFP 통신에 정부는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보복 관세 가능성이 포함되고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 목록도 이미 작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발표했을 때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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