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일정에 없던 방문…”마러라고서 트럼프와 저녁식사”
G7 정상 중 트럼프 첫 대면…관세폭탄 철회 설득 총력 관측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지 나흘만으로, 관세부과 계획 철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금요일인 이날 저녁 트럼프 당선인이 머무는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만찬을 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번 방문은 총리를 태운 비행기의 동선을 추적한 캐나다 신문 ‘글로브 앤 메일’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 총리를 태운 차량 행렬이 마러라고로 들어가는 모습 등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사전에 공개되는 트뤼도 총리의 공개 일정에는 플로리다 방문이 없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급하게 조율된 깜짝 방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현지에서 하루 묵고 돌아올 계획이지만 마러라고에 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G7(주요 7개국) 지도자 가운데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과 대면 회동한 지도자는 트뤼도 총리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의 미국행은 캐나다에 대해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쏟아져 들어온다면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이를 해결하기까지 두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트뤼도 총리의 마러라고 방문은 그가 트럼프 당선인의 국경 우려를 해결할 계획이 있으며, 양국 경제를 위해 관세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직접적인 노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문에는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이 동행했다.
르블랑 장관은 트럼프 2기 관세 구상이 나온 직후 정부가 8천800㎞에 달하는 국경에 드론, 헬기, 국경 요원을 추가로 투입해 안보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뤼도 총리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발언을 할 때, 그는 그것을 실행할 계획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응에 부심했다.
그는 이날 방미 전에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가 캐나다인뿐만 아니라 미국인에게도 해가 되리라는 것을 추가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집권 9년 차에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라 이번 회담의 성과가 본인의 정치적 명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캐나다 오타와대 펜 햄슨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위험 부담이 엄청나지만 트뤼도는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캐나다인에게 실패한 임무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캐나다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인 5천927억 캐나다달러(약 591조원)가 미국 수출에서 나왔다.
일자리 200만개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어 고율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로 대응할 미국산 제품 목록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고위 당국자는 AFP 통신에 정부는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보복 관세 가능성이 포함되고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 목록도 이미 작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발표했을 때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