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비건 스테이크’, ‘비건 소시지’와 같이 비건 제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붙일 수 없다는 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의 제동에 걸렸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최고 행정법원인 국가평의회는 정부가 2월 말 발표한 비건 제품의 동물성 용어 사용 금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새 지침을 적용하려던 정부 계획은 유보됐다.
국가평의회는 “정부의 명령으로 이런 유형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제조업체가 심각하고 즉각적인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의 명령은 프랑스 제조업체에만 적용되는 만큼 육류 관련 용어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외국산 제품과 경쟁이 불공정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국가평의회는 이 문제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명령 효력을 정지한 이유로 꼽았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비건 스테이크 같은 용어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2022년 6월 1차로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여기엔 육류 대체 식품 소비를 줄이려는 축산업계의 압력도 작용했다.
국가평의회는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독자적으로 식품에 대해 특정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이 있는지 모호하다며 일단 정부 명령의 이행을 중지하고 사안을 유럽사법재판소에 문의했다.
EU는 2011년부터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품 라벨링 규칙을 마련했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사법재판소의 유권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올 1월 시작된 축산업자와 농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2월 말 다시 유사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로맹 에스피노사 경제학 연구원은 “정부는 (유럽) 선거를 앞두고 축산업자를 달래자는 단순한 관점에서 일을 서두르고 싶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