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의 원내 1당을 차지하면서 ‘여소야대’ 의회 지형이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지게 됐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원내 과반인 151석을 훌쩍 넘는 의석(175석)을 차지했다. 108석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개헌선(200석)만 가까스로 막아냈을 뿐, 정책·입법 주도권을 범야권에 고스란히 내주게 됐다.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진보당(각 1석)을 포함해 범야권 의석이 192석에 달해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들 정당에 포위된 형국이다.

◇ 尹정부 내내 ‘여소야대’ 의회로…범야권 장악력 확대

여당인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 세 번 연속으로 총선에서 패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22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12년간 입법 권력을 쥐게 됐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대통령 임기 내내 소수당에 머무르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직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까지 범야권이 190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쳤다.

22대 총선 결과 범야권은 21대보다 의석을 소폭 늘렸을 뿐 아니라, 정치적 활동 반경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총선에서 민심이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고 판단해서다.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기조의 대전환을 요구받게 됐다.

국정과제 입법과 예산·인사권 행사에 큰 제약이 생기면서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도 사의를 표명, 인적 쇄신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의회 지형을 확보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녹색정의당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는 등 군소정당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안게 됐다. 양당의 기득권 체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野, 21대서 무산된 특검 재추진…與 이탈표 나올까

민주당은 내달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토대로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하며 법안·예산 처리를 주도할 수 있다.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등도 민주당이 키를 쥐게 됐다. 국무총리·국무위원·법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도 가능하다.

범야권이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을 확보함으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등으로 각종 입법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채상병 특검’, ‘이종섭 특검’ 등 정부 실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각종 특검과 국정조사 드라이브를 걸며 여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 추진도 예고했다.

이들 법안이 처리될 경우 윤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범야권이 재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200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의결 과정에서 법안이 폐기되는 21대 국회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변수는 여권의 이탈표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 경우엔 대통령 거부권마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국회 재의결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폐기된 법안이 8개에 달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의 구심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재의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 與 후폭풍 속 세력 구도 재편 전망…野 친명 체제 강화할 듯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패배 책임론 공방과 함께 상당 기간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당권 및 차기 대권 경쟁 과정에서 친윤계와 비윤(비윤석열)계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당정 관계에서 당이 주도성을 키우면서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정 갈등이 다시 표면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한층 공고해졌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친명계가 다수 당선되면서 비명(비이재명)계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당장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범주류인 우원식·정청래 의원과 비명계의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도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대권 잠룡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국민의힘에서 한 위원장은 총선 참패로 일단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비주류인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며 당권·대권주자로 재부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참패의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었던 만큼 당내 정치적 지분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 입성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압승을 토대로 대권에 재도전할 동력을 확보했다.

당권주자인 김 전 총리와 임 전 실장, 박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와 김동연 경기지사도 잠룡으로 분류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사실상 비사법적 명예 회복을 이루며 대선주자로 뛰어올랐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될 경우 대권 도전이 불가능하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주 광산을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고비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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