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의회 권력을 범야권에 송두리째 넘겨준 집권 여당의 구원투수로 누가 등판할지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총선 100여일 전 여당의 키를 잡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한국시간 기준)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계파색이 옅은 중진들이 전면에서 위기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데다 당이 이를 견제하거나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끌려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심 이반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 참패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친윤(친윤석열)계와 각을 세운 경험이 있는 중량급 인사가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도 분출할 전망이다.
우선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과 4선에 성공한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이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접은 바 있다. 당시 친윤계 초선들은 그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나 전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데다 20대 국회에서 소수 야당의 원내대표를 맡으며 리더십을 검증받은 만큼 참패 충격을 수습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 역시 당내 비주류 중진으로서 3·8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비토 공세에 시달리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 모두 ‘정권 심판론’ 바람이 거셌던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인 수도권 지역구를 기반으로 생환에 성공했기에 향후 당내 보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지역구에서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과 이번 총선 캠페인이 사실상 한 위원장 ‘원톱’ 체제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벨트’ 최대 격전지였던 경남 양산을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머쥔 김태호 의원 역시 4선 중진이 된 데다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아 당내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당의 지역구 재배치 요청을 수용하며 험지에서 승리를 따냈다는 점도 차기 당권을 노린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 역시 격전지였던 서울 용산에서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입지가 커질 수 있다.
당내 최다선인 6선에 오르며 대구·경북(TK) 맹주로 자리 잡은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이나, 총선 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역설하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해온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 역시 5선의 무게감을 쌓은 터라 당내에서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윤석열 정권 탄생 일등공신의 한 명으로 ‘원조 친윤’으로 불렸으나 3·8 전당대회를 계기로 다른 친윤계와 거리를 두며 ‘로키 모드’를 유지해온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도 거명된다.
그는 이번 총선 기간 연합뉴스에 “당 대표가 되고 싶다”며 당권 도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반대로 2년간 당의 주류로 활동해온 친윤계는 참패 이후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 사무총장을 지내고 총선 국면에서 인재영입위원장에 공천관리위원까지 맡으며 핵심 친윤으로 활동해온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이 3선을 달성하며 중진 반열에 올랐다.
다만 총선 참패의 원인을 친윤계에게 묻는 여론이 당내에서 형성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당분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