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정서·종교적 교분 두터워
올해 한국서 세 차례 만나…개인적 만남 있을 정도로 친분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은 올해 3월 취임 약 두 달 전인 1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두 장을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6)와 나란히, 다른 한장은 트럼프 주니어 부부와 함께 각각 찍은 사진이다.
정 회장은 해당 사진과 함께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하고 왔음. 10년 전에 어느 언론사 행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적 있음”이라고 간략하게 썼다.
트럼프그룹의 수석부회장인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며 재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운 ‘킹메이커’이자 트럼프 2기 체제의 실세로 미 정가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이 사진은 최근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미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 때 공개된 이 사진이 정 회장과 트럼프가(家)와의 인연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서’였던 셈이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실제 ‘호형호제’할 정도로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정서적으로는 물론 종교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본격적인 관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정·재계에도 이름이 익히 알려진 현지 한 지인이 미국 뉴욕에서 정 회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만남을 주선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급한 일정이 생겨 대신 자리에 나온 사람이 트럼프 주니어였다. 두 사람의 대면은 이렇게 우연히 이뤄졌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여러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이른바 서로 ‘통’했다고 한다.
개신교를 믿는 두 사람의 깊은 신앙심도 우의를 돈독하게 만든 촉매가 됐다. 정 회장이 1968년생으로 트럼프 주니어(1977년생)보다 열살가량 위이지만 물리적 나이는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후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수시로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은 한국과 미국에 오가며 얼굴을 마주하는 등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만남에선 트럼프 주니어가 약혼녀를 데려와 정 회장에게 소개하고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재회 횟수가 더 잦아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공식적으로 두차례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 국내 한 기업의 초청으로 공익 목적의 자금 모금차 방한한 데 이어 8월에도 한 보수 청년단체가 주관한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제로 열린 행사 연단에 올라 정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두차례 공식 방한 당시 모두 정 회장과 만났고 이와 별개의 개인적인 만남도 있을 정도로 더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이러한 막역한 관계는 재계에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재계를 이어주는 메신저 또는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재계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트럼프 혹은 공화당 쪽 인맥이 있으나 정 회장처럼 트럼프 일가와 직접 연결되는 채널을 보유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사는 정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경제외교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토대를 마련해 정 회장의 인맥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