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서울 뉴스 데스크

억만장자 소유주의 결단, 과연 신문의 부활로 이어질까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 LA타임스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2018년 이 신문을 인수한 억만장자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 회장이 최근 폭스뉴스 출연을 통해 신문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뉴스와 의견을 혼동해왔습니다.” 순-시옹 회장의 이 발언은 LA타임스가 그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하는 선언이었습니다. 진보 성향이 강했던 LA타임스는 이제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담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발생한 내부 갈등이 있습니다. LA타임스는 2024년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마지막 순간에 보류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반발해 3명의 사설위원이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했던 LA타임스의 이러한 결정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순-시옹 회장은 보수 성향의 CNN 평론가 스콧 제닝스(Scott Jennings)와 같은 인물을 새 사설위원회에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독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과연 LA타임스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전통적인 진보 독자층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전 사설위원 카린 클라인(Karin Klein)은 할리우드 리포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11시간 전의 결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막았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순-시옹 회장의 이번 결정은 분명 위험을 동반한 도전입니다. 그는 스스로도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판단 이면에는 뚜렷한 경영적 고민이 있어 보입니다. 진보 언론의 가치만으로는 더 이상 신문사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시장 분석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LA타임스의 이번 변신이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체성의 혼란만 가중시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결정이 미국 언론계에 던지는 화두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보와 보수, 가치와 수익성 사이에서 오늘날 언론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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