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1심 선고에 달렸다
15일 선거법 선고에 따른 4가지 시나리오
①무죄 “범죄자 낙인 지우고 중도층 확장”
②비명도 “100만원 미만 벌금은 사실상 무죄”
③”100만원 이상 벌금 나오면 더 결집할 것”
④금고형 이상 땐 내부적으로 흔들릴 수도
‘벌금 100만 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형량 기준이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서 무죄 또는 100만 원에 못 미치는 벌금형에 그칠 경우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의 첫 관문을 넘어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는다.
반면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온다면 수위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은 이 대표에게 최악의 결과다. 자연히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고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4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①무죄 – ‘범죄자 낙인’ 털고 대권가도 탄력
검찰은 이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당내 많은 의원들은 “완전 무죄”라는 기대감 섞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이 아닌 민주당 의원들이 해당 재판의 쟁점(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발언)과 무죄 논리(아느냐 모르냐는 ‘행위에 대한 사실’이 아닌 ‘주관적 인지 상태’이기 때문에 처벌 불가능)를 줄줄 외울 정도로 이 대표의 무죄를 기원하고 있다.
‘무죄’가 나오면 일단 사법리스크가 희석된다. 검찰의 무리한 정치탄압 수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권 승리의 관건인 중도층 확장에 결정적 호재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3일 “그간 이 대표를 둘러싼 근거 없는 ‘범죄자 낙인’이 드디어 지워지는 것“이라며 “무죄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것보다 중도층에 훨씬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선택을 주저했던 중도층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에도 긍정적이다. 민주당 재선의원은 “검찰의 수사·기소가 모두 무리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라며 “다른 재판의 수사·기소 역시 마찬가지였던 만큼, 다른 재판부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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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선(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의 무죄 탄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②100만 원 미만 – 검찰 탄압 반격, 대여 공세 강화
유죄라도 100만 원 미만이면 대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 당내에선 일부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무죄”로 인식하고 있다. 한 비수도권 의원은 “기관 대 기관의 입장을 고려하면 재판부도 검찰의 공소를 100% 무시하긴 어려운 입장”이라며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이재명계 전직 민주당 의원도 “일부 유죄가 나온 것을 가지고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 이상, 일부 유죄나 무죄는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의 공세가 지속될 빌미는 남아 있다. ‘어쨌든 유죄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YTN 라디오에 나와 “벌금 100만 원 이상은 넘지 않을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예측을 내놓자 당내에선 “명백한 실언”(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100만 원 미만 벌금이 나온다면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목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박정훈 의원)는 격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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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날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시몬 기자
③100만 원 이상 – 단일대오 안간힘… 위증교사 ‘먹구름’
이와 달리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형이 높아지면 이 대표의 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 자체가 물 건너간다. 더 큰 고비로 평가받는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첫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는 셈이다.
다만 ‘유죄가 나와도 민주당과 이 대표는 끄떡없다’는 당내 인식이 만만치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에 도전한 지난 8월 전당대회 때부터 사법리스크는 이미 내부적으로 판단을 받은 것”이라며 “설령 벌금이 100만 원 이상 나온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 역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흔들릴 의원은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더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지어 비이재명계에서도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수 교체 얘기를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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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고영권 기자·연합뉴스·뉴스1
④금고형 – 리더십 균열 불가피… 비명 결집 가능성
그러나 2심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금고형 이상의 유죄‘로 결론난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특히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의 경우 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만큼 내년 안에 형이 확정될 수도 있다. 1심 선고가 나오는 데 이미 26개월이 걸린 터라 최종심 판결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내 동요가 극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한 원로는 “민주당 의원들 중에 진짜 ‘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며 “흔들리면 제일 먼저 돌아서는 게 정치권 생리”라고 말했다. 비명계 한 전직 의원은 “이 대표는 정치탄압 희생양을 자처하면서 탄핵·조기 대선을 노리겠지만 이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때부터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은 부쩍 몸을 풀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독일을 방문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비공개로 만난 데 이어, 13일에는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하야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부겸 전 총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특별 초청강연 일정을 공개하며 물밑 행보가 한창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들 잠룡의 지지율은 아직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