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국적 기업에 적용시 보복관세 직면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여파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진행되어온 국제적 시도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익을 해외로 보내는 관행을 막기 위해 이뤄져 온 논의가 어려움에 부닥쳤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해당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약 140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어 왔으며,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이 조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법인세가 낮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필라2’로 불리는 개혁은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기업이익과 관련해 최소 15%의 실효세율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득산입보완규칙(UTPR)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본사 소재 국가가 15% 미만의 세금을 부과한 경우 미달한 세율만큼 다른 국가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 정부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당 규정을 적용하려 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율 관세 등을 통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 등이 있다고 봤다.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의 라스무스 콜린 크리스텐센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정책을 고려할 때 보복 관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의 다니엘 번은 “UTPR 집행 관할권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과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캐나다는 이미 개별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에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따라 미국의 보복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필라2 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매출 발생국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담은 ‘필라1’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필라1 발효를 위해서는 영향을 받는 다국적 기업 약 100곳 가운데 60% 이상의 본사가 위치한 최소 30개국의 의회가 비준해야 하며, 미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 소식통은 그동안 비준을 두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온 필라1과 관련해 트럼프의 재선 확정일이 ‘사망 선고일’이라고 보기도 했다.

미국의 조약 비준 절차상 미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 측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도 해당 조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일각에서는 필라1이 폐기될 경우 각국이 세수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개별 과세에 나서면서 ‘조세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이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OECD 측은 “공정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조세시스템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계속 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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