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달러당 1200원대 회귀 어려워
美재정적자→인플레→금리인하 지연
强달러 지속에 통화정책 완화도 제약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비춰봤을 때 원·달러 환율이 연초와 같이 1200원대로 회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원화 약세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인데 환율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4원 오른 1396.6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저녁 8시 48분 14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에도 14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상단에서 움직이자 외환 당국이 이날 개입에 나서며 환율 상승세는 꺾였다. 올 초 1200원대 흐름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4월 들어 1400원까지 상승한 뒤 이후 9월 미국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1300원 초반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당선 이후 다시 1400원대까지 급등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트럼프 집권 2기에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보편관세 도입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재정적자로 인해 미국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늦춰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감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중반대 아래로 하락하기 어려운 여건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의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섣불리 낮출 경우 원화 약세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유 등 에너지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 인상 등으로 한국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면 성장률 제고를 위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 환율 부담이 생기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해 통화정책을 쉽게 결정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달러화 대비 연고점에 이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는 어렵다”며 “수출기업의 생산 거점이 국외로 다수 진출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도 않아 통화정책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