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실망·이탈한 노동자층 흡수가 트럼프 재집권 동력 분석
WSJ “공화당, 백인 넘어 모든 인종 노동자 끌어모으는 정당으로”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6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두고 노동자들을 버린 결과라며 쓴소리를 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원 선거에서 버몬트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샌더스 의원은 입장을 내고 “노동자들을 버린 민주당이 노동자들에게 버림받은 것을 알게 되는 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첫 번째로 백인 노동자들이었고 이제는 라틴계와 흑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현상 유지에 급급했으며 이번 대선 패배로도 교훈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샌더스 의원의 지적대로 민주당은 집토끼나 다름없이 여겼던 노동자 표심을 소홀히 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기업 기조 속에서도 백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흑인과 라틴계 노동자 표심까지 아우르며 재집권을 일궈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을 백인 노동자들의 정치적 고향으로 변모시켰는데 올해는 공화당의 가장 중요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그것은 모든 인종의 노동자들을 끌어모으는 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등을 보면 대학 졸업장이 없는 노동자층에서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이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에 상당한 동력이 됐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특히 점점 세가 줄어드는 백인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보다 차라리 유색인종 등 소수자 그룹의 노동자들로 그 공백을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을 공화당이 보여줬다고 WSJ은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4년 전보다 트럼프에 기울었으며 남성을 중심으로 특히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AP보트캐스트의 예비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는 거의 2배가 돼 15%였고 라틴계 유권자의 지지는 6%포인트 늘어 41%였다.
대학을 가지 않은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보다 12%포인트나 높았다. 2020년 대선 당시 4%포인트 차이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2020년 대학교육을 받은 유권자 중에서 16%포인트 차이로 공화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는데 4년 뒤인 이번 대선에서는 15%포인트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공화당 여론분석가 미카 로버츠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재편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변화는 노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백인 남성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장이 없는 흑인·라틴계 남성이 가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높은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친기업 인사들과 높은 관세가 미국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당내 인사들 사이의 갈등 해결이 공화당의 과제라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젊은 유권자층에서도 폭발적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30세 이하 남성 유권자의 경우 2020년 15%포인트 차이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13%포인트 차이의 트럼프 지지로 확 기울어버린 것이다.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 비해 감세 확대를 지지하고 트랜스젠더 정책을 덜 지지하며 학자금 대출 감면에도 상대적으로 지지를 덜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