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한국은 ‘머니 머신’, 마땅히 돈을 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

“북한에는 사방에 핵무기…김정은 똑똑하고 강인한 지도자”

트럼프 말을 통해 본 한미 관계…신간 ‘트럼프 코리아’

“한국은 마땅히 돈을 내야 합니다. 그들은 매우 큰 비용을 막 지불하기 시작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그 후 한국 측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미군 장병 3만5천명이 한국에서 위험 속에 복무하고 있습니다.”

6일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며 연간 100억달러를 내게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이 내는 분담금보다 약 9배나 많은 금액이다.

세계 경영보단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손익계산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귀환하면서 한국 정가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줄기차게 공언했고, 바이든이 추진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정말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정치는 말에 의탁했다. 역사서 ‘사기’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모두 정치인의 말을 토대로 작성됐다. 정치인의 말은 생물처럼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주 하는 말은 그 사람 자체를 드러내고, 그의 신념을 보여주기에 주목해서 들어 볼 필요가 있다.

7일 출간된 ‘트럼프 코리아: 2024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의 말과 한국의 미래'(사회평론)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미칠 영향을 그의 말을 통해 가늠해 본 책이다. 그가 지난 1년여간 선거 유세와 방송을 통해 내뱉은 말을 주로 담았다.

◇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니까요”

한국은 탈식민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으로 식민모국(일본)을 앞선 거의 유일한 국가다. 트럼프에게 그런 한국은 “머니 머신”이다. 충분한 방위비를 낼 만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 국가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동맹의 방위비를 미국이 아닌 자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건 트럼프의 오랜 신념이다. 가령 트럼프는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1987년 ‘뉴욕타임스’에 자비로 낸 개인 광고를 통해 ‘미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국가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가 겨냥했던 대상은 일본이었다.

이제 그가 겨냥하는 건 한국이다. 2기 트럼프 정권하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책의 저자인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적한다. 그가 지속해서 방위비 재협상을 말해왔다는 점에서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뉴저지주 와일드우드 유세에서 “한국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조선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가고, 다른 많은 산업을 장악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국방비를 스스로 부담할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1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경제인 클럽 대담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제가 지금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우리에게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거 아세요? 한국은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이 사람들은 진짜 ‘머니 머신’이라니까요….”

◇ “관세는 제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단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트럼프 당선’은 만만치 않은 허들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그는 관세 주의자다. 자유무역보단 보호무역을 옹호한다. 그는 평소에도 “관세는 제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임기 중 치적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경제인 클럽 대담에서 “저는 재앙이었던 오바마의 한미 FTA를 재협상해 외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보호관세를 완전히 회복시켰다”며 “그때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취임 첫날 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가 너무 비싸고, 주행거리가 짧으며,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점을 비판했다. 전기차를 주력 수출품으로 여기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외 경제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발(發) 대미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어 “미국의 전기차 전환 둔화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판매에 대한 규모의 경제 달성을 더디게 하기에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업체들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북한에는 사방에 핵무기가 널려있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를 만난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교적 후하게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정말 똑똑했고, 진정한 권력자”, “생각을 빨리 정리하는 사람”, “분야의 정점에 올라 있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그는(조 바이든) 푸틴,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같은 강력한 지도자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에 올라 있는 인물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사방에 핵무기가 널려 있다”라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김정은에게는 핵무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대와는 좀 다르게 말하게 됩니다.”

책의 저자인 구갑우 교수와 박유현 통역사는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핵전쟁 예방을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다시금 한반도를 격동에 휩싸이게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이 안보와 통상 측면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고, 북한은 협상하는 형국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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