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 카운트다운 시작됐다…첫 시추 위치 확정

동해 가스전 탐사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달 산업장관 주재 전략회의서 계획 최종 승인…시추선 이달 한국 향해 출발

웨스트 카펠라호 내달 10일께 부산 도착 후 대왕고래 이동해 시추 돌입

1차 탐사시추 결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윤곽’…외자유치 등 사업 중대 분수령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 시작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개발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정부 당국과 조율을 거쳐 첫 시추 해역 선정을 사실상 확정했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도 이달 중 한국으로 출발한다.

시추선은 오는 12월 중순 대왕고래 유망구조 해역에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나올 첫 탐사시추 결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우선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일(한국시간) 자원개발 업계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주체인 석유공사는 최근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첫 탐사시추 해역의 세부 좌표를 포함한 종합 시추 계획안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상 최종 보고를 앞두고 있다.

첫 탐사시추 해역 위치는 앞선 전망대로 가스·석유가 대량 매장된 곳으로 기대되는 7곳의 유망구조 중 대왕고래 유망구조 안에 있는 특정 해역으로 정해졌다.

물리탐사 단계에서 탄성파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유망구조는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지형을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왕고래 유망구조 안에서도 복수 위치를 놓고 검토가 진행된 결과 한 곳이 더 좋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돼 큰 이견 없이 시추 위치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석유공사는 자문사인 액트지오사의 도움을 받아 기존에 확보한 물리탐사 결과를 분석해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해양생물의 이름이 붙은 7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한 상태다.

첫 탐사시추 대상으로 낙점된 대왕고래는 이 중에서도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의 이름이 붙었다.

대왕고래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대왕고래 위치는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동서로 길게 형성돼 있다”며 “대왕고래 한개 유망구조만 해도 넓어 가스 개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특정 지점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첫 탐사시추 위치로 선정된 곳에서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 대륙붕 해저까지 파 내려가 암석 시료를 확보한 뒤 이를 분석해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조만간 산업부에 정식으로 시추 계획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관련 법령상 석유공사는 시추 1개월 전까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해 산업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승인 신청이 오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회의’를 열고 시추 계획을 심의해 최종 허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일정표에 맞춰 탐사시추에서 핵심 역할을 할 탐사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도 한국으로 곧 이동한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달 중 현재 머무르는 동남아 해역에서 출발해 12월 10일께 부산항에 도착한 뒤 보급 후 ‘대왕고래’로 이동한 뒤 12월 중순께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 시추 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너비 137.8ft(42m)·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3만7천500ft(1만1천430m)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웨스트 카펠라호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배후 항만으로 지정된 부산항에 도착해 물자를 보급하고 나서 곧바로 작업 해역으로 이동해 12월 중순부터는 시추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공사와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을 가늠할 첫 분수령인 탐사시추 결과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석유공사는 실제 탐사시추 작업에는 2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이후 시료 분석 작업에 추가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1㎞ 이상 내린 드릴에서 뽑아 올린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 수행 회사로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를 선정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이번 1차 시추는 석유공사 단독으로 수행하고, 2차 시추 단계부터 해외 오일 메이저 등의 투자를 받아 공동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현행 최대 12%인 조광료 적용 비율을 최대 33%까지 확대하는 등 개발 성공 때 국가 몫으로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저광물자원 개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첫 탐사 시추 결과는 대규모 후속 투자가 잇따라야 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지속 필요성에 관한 국민 여론 형성에도, 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메이저 업체들과의 계약 협상에도 모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첫 번째 시추 작업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로 그간의 해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 이 사업의 중요성과 도전성도 알려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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