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환자, 척추관협착증 진단 후 각종 시술 횡행

부작용 덜한 내시경수술법, 협착증 치료에 효과적

척추 건강 위해선 가슴을 편 ‘건방진 자세’ 취해야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지 않았는데도 의사가 척추관협착증이라 진단했다면 오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시술을 받아야 이익이 남거든요. 그러니 엑스레이만 찍고서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높은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을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하는 거죠.”

안용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다 심각한 질환이라고 환자에게 알려 각종 치료를 유도하려는 술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서울 강동구 소재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만난 그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에 대한 진단방법, 증상 등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야 과잉진료로부터 환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은 경피적인 시술로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어요. 그런데 병원에선 디스크 환자를 척추관협착증이라 진단해놓고 각종 시술을 권하는 거죠. 디스크 환자 10명 중 7명은 저절로 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자연히 병세가 호전됐을 사람들인데도 수백만 원을 내고 받지 않아도 되는 시술을 받는 거예요. 그러고 나선 척추관협착증이 간단한 시술로 나았다고, 병원이 용하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생기는 질환이다. 퇴행성 변성이 원인으로 척추관을 구성하는 인대나 뼈, 관절 등이 커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안 교수는 “디스크에 효과가 있는 꼬리뼈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신경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등을 척추관협착증에도 유효한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꼬리뼈신경성형술은 척추의 꼬리뼈 부분을 국소마취한 후 가는 관을 삽입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고, 들러붙은 유착된 신경을 풀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풍선확장신경성형술은 좁아진 척추신경통로에 특수한 풍선을 불어넣어 공간을 넓혀주는 시술이고, 고주파열치료술은 바늘을 통해 고주파로 열을 가해 척추의 신경을 눌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갑작스레 통증이 나타나는 추간판탈출증과 달리, 척추관협착증의 특징은 통증이 간헐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처음엔 척추 등이 아프다가 이제 팔‧다리 통증으로 확대되거든요. 척추관협착증은 다리가 저려서 걸을 수 없다가도 잠시 쉬면 또 걸을 수 있는 상태가 계속 반복돼요. 이러한 ‘간헐적 파행’이 척추관협착증의 특징입니다.”

이 같은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최근 들어 널리 쓰이는 수술은 내시경수술법이다. 기존 수술은 전신마취 후 피부를 절개하고 근육을 벌린 뒤 뼈를 깎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혈이 필요했고 후유증도 컸다. 고령 환자나 체력이 약한 환자는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내시경수술법은 등 부위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한쪽 구멍으로 고배율의 내시경을, 다른 쪽으론 수술 기구를 삽입한 후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넓히는 식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기존 수술에선 환부 10㎝를 보려면 피부를 그만큼 째고 근육도 10㎝ 벌려야 했어요. 이 과정에서 근육이 정상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환부가 공기 중에 노출되니 감염 우려도 있었고요. 하지만 내시경수술법은 등에 1㎝ 안팎의 구멍을 뚫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내시경을 넣기 때문에 시야각이 넓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부분 마취 등으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신 마취의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고령자 등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시경수술법이 환자에게 주는 이 같은 장점은 집도하는 의사에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기존 수술법은 일종의 항공사진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반면 내시경수술법은 정글 속에 놓인 람보가 직접 게릴라를 찾아다니는 거예요. 시야각이 넓고 밀접하게 환부를 볼 수 있지만 좌표를 찾지 못하면 아무리 람보여도 허탕을 칠 수 있는 거라 내시경수술법에 숙련된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게 좋습니다.”

안 교수는 “내시경수술법의 회복기간은 1개월 정도로 전신마취를 통한 기존 수술의 회복기간(3개월)보다 짧다”며 “현재는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 전방전위증 등 퇴행성 척추 질환 치료에 모두 쓰이고 있고, 수년 후에는 척추 종양 수술에도 내시경수술법이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립보행을 택한 인류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척추질환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오래 앉아있는 등 척추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히 앉아서 명상만 했는데도 자칫하다간 추간판탈출증을 앓게 될 수 있어서다.

척추질환 과잉진료에 목소리를 높인 안 교수는 척추 건강을 위한 일상 속 자세에 대해서도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남들이 볼 때 건방져 보이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몸을 웅크린 겸손한 느낌의 자세보단 가슴을 편 건방진 자세가 허리 건강에 좋습니다.” 앉아 있을 때는 귓구멍과 어깨관절, 골반관절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도록, 서 있을 때는 귓구멍과 어깨관절, 골반관절, 바깥쪽 복숭아뼈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게 좋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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