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촛불 이후 최대규모 집회 노려
1심 선고 앞두고 총동원 위력 과시
사법부에 “유력 대선 후보” 이미지 부각
재판 결과 따라 추가 장외집회 열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2일 오후 2시 열리는 서울역 앞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 장외집회 목표 규모를 5만 명으로 정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때인 2016년 촛불집회 이후 민주당 자체 장외집회 목표로는 최대라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두 번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개최하는 장외집회인 만큼, 각 시도당위원회는 당원을 총동원해 세를 과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1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2일 장외집회 참석 인원을 5만 명으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8, 9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범국민대회’ 당시 집회마다 1만5,000명 정도가 모였으니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지난 5월 ‘해병대원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도 2만 명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2일 집회에 5만 명이 모이면 2016년 촛불집회 이후 민주당 단독으로 주최하는 행사 규모 중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 내부에서는 지난달 31일 폭로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 여파도 집회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일 집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제2, 3의 대규모 집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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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해 9월 2일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첫 집회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전국의 지역위원회에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목표치가 5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국 254개 지역구 중 각 지역위원장이 동원해야 하는 평균 당원은 약 200명입니다. 여기서 동원이 쉽지 않은 원외·험지 지역위원장을 제외하면, 수도권·호남권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지역구마다 최소 300명은 채워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도 여론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
민주당이 2일 장외집회에 내건 명분은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관철입니다. 장외집회 때부터 김건희 특별검사법 관철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25일) 혐의 관련 재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만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1심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도 대중의 여론을 감안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합니다. 5만 명의 당원·지지자 결집이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재판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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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의원들이 ‘이재명 무죄 호소’ 릴레이 서명 인증샷을 게시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 안규백 의원 등 중진 의원뿐만 아니라 정진욱 정을호 강유정 노종면 등 초선 의원들도 “증거조작! 정치기소! 이재명은 무죄!“라는 손팻말을 든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며 사법부에 무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외에서도 친이재명계 원외지역위원장 중심의 더민주혁신회의가 추진하는 ‘이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서‘가 지난달 31일 오전 9시 기준 3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법리스크에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이 대표도 ‘준비된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집권 시 내각 구성을 위한 인재 발굴 목적으로 인재위원회를 가동시켰고, 먹사니즘 등 정책 공약을 마련할 집권본부플랜도 발족했습니다. 조만간 대선 조직을 총괄할 당대표 특보단도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고, 제1야당의 당대표고,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며 “법원에서도 보다 신중하게 증거에 의해서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증교사 재판 직전 추가 집회 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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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도 장외집회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일단 시민단체와 연대하지 않고, 추가 집회 일정을 잡지 않은 채, 2일 하루만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집회를 할 경우, 자칫 공개발언에서 실언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추가 장외집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9일엔 노동단체가, 16일엔 시민단체가 김건희 특검법 관련 도심 집회를 예고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2차 장외집회를 연다면 23일을 고려 중입니다. 민주당 의지대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면, 23일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저지를 촉구하거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할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23일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15일)과 위증교사 1심(25일) 사이에 있는 날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고 이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당 지도부 한 의원은 “재판 결과, 여론의 추이 등에 따라서 추가 장외집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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