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대신 ‘세기의 대결’로 유명한 메디슨 스퀘어 가든서 유세

머스크 등 당내외 유명 인사 총출동…일부 연사, 해리스 인신공격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9일 앞둔 27일(현지 시각) 당 안팎의 유명 인사들이 출동한 가운데 ‘민주당 텃밭’인 뉴욕시의 한복판에서 유세하고 막바지 세몰이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대신 사실상 ‘적진’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이벤트를 개최한 것은 뉴욕 태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 희망에 더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이 주는 홍보 효과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유세에는 그동안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나와 처음으로 지지 유세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등장곡인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의 가수 리 그린우드가 무대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멜라니아 여사의 소개로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연단에 섰다.

그는 “여러분의 투표로 11월에 우리는 미국을 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세금을 인하하고 물가를 낮추고 임금은 올릴 것이며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짓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 범죄자의 침략을 중단시킬 것이며 아메리칸드림을 다시 되살릴 것”이라면서 “미국의 운명은 여러분 손에 있다. 여러분은 일어서서 해리스에게 ‘당신은 끔찍하게 일을 했다, 미국을 파괴했다. 당신은 해고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경합주의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면서도 “그것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이어 “오늘 밤 나는 여러분이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무당층이든지 간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에 대한 동참을 요청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경제, 물가, 이민, 범죄 등의 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한 뒤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한 재앙”이라면서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수백만 명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그녀는 우리를 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으로 최근 불법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기소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파시스트’ 공격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면서 “그는 ‘그들(민주당)은 그(트럼프)를 독재자로 부르면 안 된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좋은 말이다”고 말한 뒤 애덤스 시장이 불법 이민자 문제에서 민주당과 정책을 다소 달리하면서 자신처럼 정치적으로 기소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친이 하늘에서 자신을 보면서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는 좋은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조국을 바로 세우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직전에 “이 도시는 세대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지도자를 배출했으며 그들의 업적은 세계의 흐름을 바꿨다”면서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신의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유세한 메디슨 스퀘어 가든은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가 ‘세기의 대결’을 벌이는 등 과거 유명한 스포츠 행사가 열린 곳이다.

뉴욕 퀸즈 출신이자 리얼리티 TV쇼 스타이기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일종의 ‘꿈의 무대’인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사적으로 피력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뉴욕시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 때문에 행사 개최 자체가 지역 내 유권자의 표심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메디슨 스퀘어 가든 유세는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합주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하원 선거 등 다른 선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시 유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뉴욕은 연방 하원의 다수당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 중 하나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시작된 행사에는 전당대회급 찬조 연설이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연설자로는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 비벡 라마스와미 전 대선 후보 등 당내 인사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부부 등 가족이 나섰다.

또 ‘닥터 필’로 알려진 필 맥그로우, 보수 논객 터커 칼슨,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이종격투기(UFC) 대표 다나 화이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친(親)트럼프 인사들도 나오는 등 찬조 연설이 전당대회 수준으로 진행됐다.

머스크 CEO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일을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큰 격차로 승리해야 한다”면서 “경합주는 물론 사람들이 경합주라고 생각하지 않은 주도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지지 연설을 했다.

다만 행사에서 발언한 일부 인사의 경우 해리스 부통령을 “악마” 등으로 불렀으며 성적·인종적 정체성을 비하하거나 지적 능력을 문제 삼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잇따라 했다.

한 코미디언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바다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라고 말하는 등 소수인종을 비하해 민주당 등의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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