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최소 200명 여성들 성 학대
우크라이나 여성 등 외국인도 학대 대상
자경단 ‘죽음의 천사’, 살인 명령도 수행

‘신의 아들’을 자칭하면서 수년간 여성과 미성년자 성착취를 일삼았던 필리핀 종교 지도자의 만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거나 성경 내용을 입맛대로 해석하고, 추종자들을 앞세워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68명 반복적으로 성학대”

24일 PN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상원에서 열린 아폴로 퀴볼로이(74)의 범죄 청문회에는 그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들과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등이 출석해 그의 행태를 낱낱이 증언했다.

퀴볼로이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 대형 교회 단지 ‘예수그리스도 왕국’ 설립자다. 1985년 교회를 세운 이후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력을 넓혔고, 현재 신도가 전 세계 200개국에 걸쳐 7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30만㎡ 규모 거대 신앙촌인 필리핀 ‘왕국’ 외에 미국에도 교회 본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우주의 주인’ ‘신의 아들’ 등으로 부르면서 장기간에 걸쳐 12~25세 여성 신도를 성착취한 혐의를 받았고, 지난달 필리핀 군경에 체포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검찰도 2021년 퀴볼로이와 측근들을 아동 성매매, 돈세탁, 현금 밀반입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퀴볼로이에게 성학대를 당한 여성이 최소 200명이라고 공개했다. 한셀 마라탄 필리핀 다바오시 경찰서장은 청문회에서 “퀴볼로이는 성경 속 이스라엘 솔로몬 왕이 700명의 아내와 300명 첩을 뒀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여성 1,000명 확보를 목표로 했다”며 “(200명 중) 68명은 반복적으로 성착취를 당했다”고 밝혔다.

거부하면 ‘죽음의 천사’ 살해 위협

피해자들은 퀴볼로이 일당이 성경 내용을 앞세워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했다고 증언했다. 10대 소녀를 포함한 여성들은 ‘야간 근무’라는 표현으로 포장된 성관계를 강요받았다. ‘퀴볼로이에게 복종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며 거부하면 영원한 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인 피해자 율리아 보로니아는 퀴볼로이가 러시아어(키릴 문자)로 적힌 성경을 가져와 ‘몸을 바치라’는 내용의 구절을 읽게 한 뒤 성폭행 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거부하려 하자 “예수가 희생한 것처럼 희생하려 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하다”며 겁박했다고 했다. 이후 그의 만행을 폭로하려 하자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퀴볼로이가 ‘죽음의 천사’라는 명칭의 자경단을 통해 회원들에게 자해와 단식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살해하거나, 미성년자들을 거리에서 구걸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직에 몸담았던 한 증인은 “죽음의 천사들은 퀴볼로이의 살인 명령을 기꺼이 수행했다. ‘신의 아들’에 대한 충실함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퀴볼로이는 모든 주장이 거짓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미국 당국의 범죄인인도 요청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필리핀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퀴볼로이가 미국으로 인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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