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제왕’ 김연경(36·흥국생명)은 2009년 해외 진출 전까지 V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세 차례 선정됐고, 2020년 복귀한 뒤에도 세 차례 더 MVP를 수상했다.
2005-2006시즌 데뷔하자마자 3년 연속 MVP에 뽑힌 김연경은 해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첫 시즌(2020-2021시즌)에 개인 4번째 MVP에 올랐다.
이후 중국리그에 잠시 몸담았다가 1년 만에 다시 복귀한 뒤 2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말마따나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김연경에게 대적할 선수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은퇴를 미루고 통합 우승과 7번째 MVP에 도전하겠다는 김연경의 결심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다.
김연경은 2023-2024시즌 “체력적으로 힘들다. 예전과는 다르다”면서도 득점 6위(775점), 공격 성공률 2위(44.98%), 리시브 5위(효율 42.46%), 수비 8위(세트당 5.557개)로 활약했다.
김연경을 제외하고 득점이나 공격 성공률 톱 10에 진입한 한국 선수는 현대건설 양효진(득점 9위)과 GS칼텍스 강소휘(공격 성공률 10위)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혹은 아시아쿼터 선수다.
지난 8일(한국시간 기준) V리그 시상식에서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힌 김연경도 이러한 아이러니를 모르지 않는다.
김연경은 취재진과 만나 “은퇴 시점에 있는 선수가 팀 우승과 개인 수상에 도전한다는 것이 좀 우스운 얘기인 것 같긴 하다. 잘 맞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저도 거기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면 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김연경이 한국 배구대표팀에 계속 마음을 쏟는 것도 국내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MVP 수상 소감에서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수준급의 리그를 하고 있지만, 한국 배구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모든 배구인이 하나가 돼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경은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면 V리그와 한국 배구의 미래는 없다. 대표팀 성적을 우선순위에 둬야 V리그도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김연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동갑내기 프로야구 선수 김현수(36·LG 트윈스)를 초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김현수는 김연경에게 “박수칠 때 떠나지 말고 끝까지 해야 한다. 그냥 자리를 비워주면 후배들이 나태하게 생각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연경은 웃으면서 “공감이 잘 안된다. 배구선수는 야구선수보다 활동량이 많잖나”라고 농담한 뒤 “개인이 원하는 바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의견도 당연히 존중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