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내부 모니터링 문건 도마…국감 중 입장문 내 뭇매

(서울=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팬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24.9.25

아이돌 외모 품평 담겨… “팬덤·업계 반응 취합한 것”

‘반품 조건부 음반 밀어내기’도 지적… “재발 방지 가이드라인 제정”

국내 대표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미성년자 대상 외모 품평이 포함된 업계 동향 자료를 작성했다는 지적이 24일(한국시간)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하이브가 국감 진행 도중 이에 대해 해명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문체위 위원들의 질타가 잇달았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결국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 내부 ‘업계 동향 리뷰 자료’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닌 데다가’, ‘성형이 너무 심했음’, ‘다른 멤버들은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의 문구가 담겼다. 다만 이들 표현이 어떤 가수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외모 평가와 질 낮은 표현들이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라며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인 인식과 태도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질타했다.

김태호 COO는 이 문건에 대해 “K팝에 종사하는 회사로서 저희 팬과 업계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및 K팝 전반에 대해 어떤 여론을 갖고 있는지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보여주신 문서는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외모 품평 논란에 대해서는 “하이브의 의견이나 공식적 판단은 아니다”라며 “온라인에 들어온 많은 글을 모으고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이브는 국감 진행 도중 입장문을 내고 “금일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이는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또한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감 도중 이 같은 입장문이 나오자 문체위 위원들은 하이브를 강하게 질책했고, 국감은 정회했다가 증인·참고인 가운데 김태호 COO만 남긴 채 밤 10시 속개했다.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회사에서 입장문을 내서 이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국회의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며 “국회가 그렇게 만만해요?”라고 질책했다. 민형배 의원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가 무슨 뜻이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회사 내 자유로운 토론이나 논의를 막아버리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호 COO는 잇따른 질타에 “국감 진행 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다. 국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 의원은 하이브가 앨범을 해외에 유통시키면서 일부 ‘반품 가능 조건’을 달았다는 점도 언급하며, 이는 ‘반품 조건부 음반 밀어내기’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실제 수요 이상의 물량이 첫 주 판매량(초동)으로 집계되고, 팔리지 않은 물량은 반품을 거쳐 하이브가 끌어안는다는 것이다.

김 COO는 “연초에 이것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일부 있어 내부에서 감사를 진행했다”며 “작년에 판매한 앨범의 영점 몇 퍼센트 정도의 수량이 반품이 가능한 구조로 판매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를 일부 시인했다.

김 COO는 “지난해 판매된 앨범에 대한 반품이 올해 초에 이뤄졌고,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회사 방침이 아닌 실무자들의 판단으로 일부 반품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회사 규정으로 다시는 이런 형태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품 조건부로 저희가 음반을 판매한 물량이 시장을 교란하거나 저희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단이 전혀 아니었다”고도 해명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음반 밀어내기’에 대해 “하이브는 이미 국내 회사라고 볼 수 없고 국제적인 회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회사인데 그래서 더 걱정이다”라며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항을 좀 더 철저하게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의 대표도 겸하는 김 COO는 뉴진스의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건을 제기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를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나 근거를 법원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COO는 이어 “많은 분께 올해 일어난 일련의 일 때문에 큰 피로감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엔터 기업의 기본 사명이 팬과 국민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올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피로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유 장관은 이날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전(前) 멤버들로부터 촉발된 가요계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논란과 관련한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의 질의에는 “이것은 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게 법으로 무엇을 규정해서 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똑같지는 않지만 뉴진스도 결국 이것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며 “장관 취임 전이었지만 실제로 매니지먼트나 관계자와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 당시 FA(자유계약)제도 도입 방법도 연구해봤다. 현장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정비된 부분은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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