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넷플릭스 공급 확대 추진에
통합법인 경쟁력 훼손 우려 커져
CJ ENM 내부선 무용론 제기도
연내 합병계획 차질 빚을 가능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방송사의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확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양사는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방송사들의 선택을 이해한다면서도, 합병 OTT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콘텐츠 공급이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035760)의 반발이 큰 상황으로 연내 목표로 진행됐던 합병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22일 콘텐츠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 주주(지분율 각 19.8%씩)인 지상파 3사(KBS·MBC·SBS(034120))와 티빙 주주 SLL중앙(12.7%) 등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협상 중이다. 이달 말 계약 체결 예정으로, 현재 공급 편수와 단가 등 세부 조건을 두고 협상이 한창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8월 말부터 지상파 3사와 SLL중앙과 물밑 접촉해 콘텐츠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웨이브·티빙에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제공하면 기존 대비 높은 단가를 쳐주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지상파 3사와 SLL중앙 등은 넷플릭스에 공급할 수 있는 예능·드라마 등 자체 제작 콘텐츠 편수(드라마 기준 3편)가 제한돼 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지상파 3사의 웨이브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9월 말)을 노려 ‘합병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웨이브와 지상파 3사의 독점 공급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티빙 최대주주 CJ ENM(48.9%)과 웨이브 최대주주 SK스퀘어(402340)(40.5%)는 지상파 3사와 SLL중앙의 최종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정 규모의 넷플릭스 향 콘텐츠 공급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준이 되진 않을지 경계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모두 지상파와 종편의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면서 광고 수익성이 훼손돼, 외부 OTT 판매로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하는 사정은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합병 법인의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 방송사 콘텐츠 독점이 흔들리게 돼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의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규모가 예상 외로 클 경우 연내 합병 목표가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단 관측도 있다. 특히 티빙 측 CJ ENM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 일각에서는 티빙이 야구 중계, 자체제작 콘텐츠 흥행으로 흑자 전환이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서는 합병 무용론도 힘을 얻고 있다”며 “웨이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적·안정적 수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굳이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합병이 결렬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자본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와 중·장기적으로 경쟁하려면 국내 주요 OTT 간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티빙과 웨이브 측은 연내 합병 타결 목표는 여전하단 입장이다. 다만 티빙·웨이브 통합 플랫폼 출시는 협상 시일에 따라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비율은 1.6대1, 합병 회사의 기업 가치는 1조 6000억 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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