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투 경험·낙후 무기 체계 현대화
북한 체제 유지 위한 한반도 긴장 조성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파병 ‘확약’ 보장

북한이 탄약 및 미사일 공급에 이어 국제적인 거세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해 참전한 배경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마지막 퍼즐’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이전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기술, 군사정찰위성 사진·영상 촬영 능력과 지상국과 통신하는 기술, 액체 추진제(연료·산화제 통칭) 기반 우주발사체 기술 등의 그 댓가로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장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미사일총국 산하 ‘붉은기중대’ 소속 핵심 미사일 기술자를 일부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혈맹을 구축한 러시아와 첨단 무기 기술 협력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북한이 전쟁 참전을 계기로 요구할 ‘계산서’로 숙원 사업으로 여겨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지원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군사 위성 지원 및 방공 시스템 구축 등의 기술 전수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작전 부대인 일명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육군 11군단 소속 병력 1500명을 1차로 파견했다. 추가적인 병력 수송 움직임이 포착돼 군단 산하 4개 여단에서 최대 1만 2000명까지 파병을 이어갈 것으로 정보당국은 분석했다. 투입 병력은 조만간 교전 지역인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을 바탕으로 무기 지원에 이어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함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글로벌 안보환경이 급변한는 분수령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판 베트남 파병, 북한 최고 지도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모습. 사진 제공=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개정 캡처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모습. 사진 제공=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개정 캡처

전문가들은 북한의 파병 목적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 보단 진짜 속내는 세 가지 측면에 노림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가장 현실적인 것은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공고하게 구축해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다. 이를 통해 압도적인 한미 군사력 보다 뒤떨어진 군사력 강화 측면에서 전쟁 연습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이 베트남 파병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과 달리 북한은 군사적 이익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북한군은 실전 경험이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실제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데이터를 확보해 낙후된 북한의 무기 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통해 무기 체계를 혁신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러시아와 협력해 무기 체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베트남 파병을 통해 한미 동맹이 굳건해진 것처럼 이번 파병으로 북러 동맹이 강화된다면 한반도 정세에는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 연습을 위한 탐나는 기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새로운 무기와 현대전에 대한 군사들의 준비 태세를 시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우리의 베트남전 파병 당시 한국 병사들이 1인당 평균 500달러 정도를 받았고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는 러시아 병사도 1인당 3000~5000달러 정도를 받고 있어 북한군도 비슷한 대가를 받는다면 북한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CNN “北,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 연습”

또 다른 속내는 북한 체제 유지 및 내부 단속을 위한 한반도 긴장 조성이다.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상당한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북한 체계 내의 불만을 이를 다른 이슈로 돌릴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지방인민회의 선거에서 나타났던 주민들의 반대표와 보안당국이 만든 동영상에 보여진 북한 주민들의 체제 전복 혁명 모의, 올해 초 중국 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불만에 의한 폭동 등과 함께 최근 북한 체계의 가장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신설한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은 북한 주민들의 남한 문화 동경, 해외 주재 외교관 탈북 등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 동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9월 9일 정권 수립일과 추석 명절, 10월 10일 당 창건일 등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선물 하나 돌리지 못하고, 매년 발생하는 홍수 피해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을 막을 방도가 없어 북한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목적은 러시아에 병력 파병으로 단기적으로 전쟁 수행능력이 약화할 수 있지만 유사시 러시아로부터 안보 우산을 확약 받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한미 군사력 위협에 대한 억제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즉, 지난 6월 북러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동맹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실제로 러시아에 파병하는 유일한 ‘동맹’임을 과시하면서 6·25 한국전쟁 때 구 소련에게 진 빚을 갚는 동시에 한반도 전쟁 발발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보장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러 간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있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한반도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러시아의 참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 보다는 당장 더 급한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을 위해 이 조약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북한이 관여할 수 없지만,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침공의 경우에는 북러 조약의 발효를 위한 근거로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자동개입조항에 ‘공화국(북한)과 러시아의 법에 준한다’는 전제에 주목했다. 러시아 국내법에 준한다는 전제가 붙어 국제적 비난과 제재를 의식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국내법을 들어 자동개입조항을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식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조약이 양측 최고지도자 의사에 따라 러시아 지역이 침략 당했다는 명분으로 북한군이 참전에 나선 것은 사실상 ‘제어장치’가 아닌 만큼 이제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참전은 당연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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