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전부터 포위망 좁혀…순찰 강화하다 우연히 발견해 사살
지문·치아 기록으로 신원 확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하기 약 3개월 전부터 그의 근거지를 추정하고 포위망을 좁혀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신와르가 올해 초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서 라파로 이동한 것으로 결론을 냈으나, 이후 행적을 좇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신와르는 통신기기 사용까지 끊는 등 이스라엘과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왔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고 하마스 대원들과 인편으로만 연락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8월 들어 신와르 또는 다른 하마스 최고위 간부들이 라파의 탈 알술탄 지역에 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하나씩 수집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면서 때로는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을 목격했고, 그들이 하마스 인사나 인질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들어 하마스가 인질 6명을 살해하고 도망친 탈 알술탄 지역의 터널을 수색하면서 소변 샘플을 확보했는데, 여기에서 신와르의 DNA가 검출됐다고 NYT는 전했다.
신와르가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했기에 이스라엘은 그의 생체정보를 분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DNA 검출만으로는 신와르의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없었고, 정보당국 내부에서는 신와르가 죽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하마스가 카타르에 있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부가 7월에 협상하다 무산된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신와르 추적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 메시지를 토대로 신와르가 여전히 살아있으며,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지휘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이후 탈 알술탄에서는 신와르에 대한 정보가 더 수집됐고, 이스라엘군은 지역 순찰과 매복을 강화했다.
그러다 이달 16일 이스라엘군은 순찰 중에 우연히 하마스 대원 3명을 발견하고 사살했는데, 이들 중 1명이 신와르였다.
나중에 신와르로 확인된 이 대원은 다른 대원들과 떨어져 한 건물로 도망쳐 들어갔으나 저격수가 쏜 총에 머리를 맞았고, 건물은 포탄을 맞고 무너졌다.
이스라엘군은 다음날인 17일 건물 잔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신와르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알아챘다.
그의 이마에는 총상이 있었고 무릎에도 상처가 있었다. 심하게 다친 오른팔에는 출혈을 멈추기 위해 동여맨 전선이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에서 신와르는 사망 전 마지막 순간에도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며 저항했다.
이스라엘은 신원 확인을 위해 손가락 하나를 잘라냈고, 수감 시절에 확보한 치과 기록과 비교하기 위해 치아 사진도 찍었다.
이스라엘은 지문과 치과 기록을 토대로 시신이 신와르임을 확인했고, 그의 시신은 부검을 위해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국립법의학연구소로 보내졌다.
신와르가 지상으로 올라온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어두운 환경에서 벗어나 가끔은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은 신와르가 자신이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죽음을 예감한 신와르는 휴전에 동의할 동기가 거의 없었고, 이 때문에 휴전 회담이 교착에 빠졌다는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신와르가 가자지구에서 평화를 모색하는 대신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지속돼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고 국제적 위상이 훼손되기를 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