폿내기 군인들에 피살…구심점 잃은 하마스 한층 약화
바이든 “이젠 그만할 기회”…이스라엘에 휴전압박 가중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당장 포성 멎을 가능성은 희박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61)가 숨지면서 중동분쟁이 다시 중대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이 내건 가자지구 전쟁 목표인 하마스 해체가 달성된 게 아니냐는 인식 속에 국제사회의 종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 지속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며 역내 반이스라엘 세력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세력을 주도하는 이란도 항전을 경고하며 맞서는 만큼 포성이 곧 멎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 풋내기 훈련부대에 살해된 신출귀몰하던 신와르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가자지구 남부에서 신와르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신와르는 소대 지휘관 훈련 과정을 마무리해가는 부대에 우연히 발견돼 교전 끝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신와르는 이집트 접경도시 라파의 탈 알술탄에서 다른 조직원 2명과 함께 이동하다 순찰하던 훈련부대와 마주쳤다.
훈련부대는 교전 과정에서 건물에 홀로 은신한 하마스 전투원의 위치를 드론으로 확인한 뒤 살해에 성공했다.
시신 외모가 신와르를 빼닮았다는 현장 부대원들의 판단에 따라 치아, DNA, 지문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원이 확인됐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1년여 동안 보복의 최대 표적이자 하마스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수뇌가 우연히 제거된 것으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1천20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하마스 기습작전의 총책임자였다.
◇ 빈사상태 빠진 하마스에 ‘구심점 상실’ 충격 가중
신와르는 최후를 맞이할 때 인간 방패로 사용할 이스라엘인 인질이나 여러 명의 경호 인력을 곁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가 땅굴 깊이 안전하게 은신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포착된 이런 취약성은 하마스의 불안정한 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 공격에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직원과 기반 시설을 잃었다.
요새화한 지하터널은 계속 파괴되고 있으며 쑥대밭이 된 주요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는 재건 가능성 때문에 최근 다시 폭격받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년여 전쟁 동안 하마스 조직원 3만명 중에 1만5천명 이상을 죽였다고 추산한다.
다만 아랍권 정보당국은 하마스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조직원 사망자는 그보다 적은 1만명 정도라고 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주도하던 수뇌부가 속속 살해되면서 구심력을 잃고 있다.
최정예군 알카삼 여단의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은 지난 7월 이스라엘군 폭격에 죽었다.
하마스의 정치지도자이자 1인자이던 이스마일 하니예는 같은 달 말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표적 공습에 암살당했다.
수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신출귀몰하며 조직을 끌어온 신와르마저 사망해 지도부 공백에 충격을 더했다.
◇ “이제 그만할 기회 왔다”…국제사회 종전압박 거세진다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이자 휴전 협상 방해꾼이 사망한 만큼 종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종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이제 (작년)10월7일 같은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나은 미래를 제공할 정치 해결의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신와르는 하마스 수장으로서 가자지구 휴전에 반대해온 하마스 내 대표적 강경파였다.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하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신와르의 존재 자체를 휴전의 걸림돌로 인식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과 인질 귀환 대책을 논의하라는 특명과 함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 지속되는 인도주의 위기 때문에 휴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은 4만2천명에 달하고 기반시설 파괴로 경제활동이 멈춰 굶주림을 동반한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미국은 인질을 구하고 전쟁을 끝내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을 완화하고 가자지구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도록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이란 “저항정신 거세질 것”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종전 촉구에 네타냐후 정권이 수긍할지는 이번에도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며 “전쟁은 아직 안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것과 같은 인질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질이 돌아올 수 있는 휴전 협상이 그간 번번이 좌절된 데에는 하마스와 타협을 꺼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반대가 한몫을 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구출을 차순위로 삼는다는 비판을 국내에서 받고 있다.
하마스의 완전 해체를 넘어 이스라엘을 둘러싼 새 안보지형 구축을 전쟁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이다.
이런 명분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을 분쇄한다는 새 임무와 함께 이미 레바논 침공으로까지 이어진 상태다.
이스라엘 내부 정세도 휴전에 중대 걸림돌이다.
네타냐후 연립정권은 가자지구를 성경에 나오는 ‘약속의 땅’으로 여기며 팔레스타인과 타협을 거부하는 극우세력이 한 축을 이룬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중단하기는커녕 휴전협상에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연정 내 극우세력은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 요구에 기울어질 때마다 네타냐후 총리의 실권을 의미하는 연정해체를 협박하곤 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주도하는 이란은 신와르의 사망에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저항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에 이어 대규모 확전을 부를 수 있는 이란을 향한 군사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데 대한 보복으로 군사시설 타격을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