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C 탁상행정 장벽
▶ 기존 낙방 한인 노인들 “기한 지났다” 거부돼
▶“불합리한 모순” 반발
어바인에 거주하는 80대 한인 헨리 박씨는 얼마 전 캘리포니아 면허 갱신시 시니어들이 더 이상 필기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게 됐다는 소식(본보 10월1일자 A1면 보도)를 접하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컴퓨터로 치르는 필기시험이 익숙하지 않아 3번이나 낙방해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바로 거주지 인근 주 차량국(DMV)을 찾은 박씨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창구로 가 임시면허증을 보이며 정식 면허증 발급을 요청했다.
그런데 DMV 직원은 박씨의 기록을 컴퓨터에 찍어보더니 “필기시험을 통과해야만 정식 면허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황한 박씨가 “여기 DMV에서 발급해준 만료되지 않은 임시면허증이 있고, 나는 사고기록이나 티켓을 받는 등 벌점도 없는데 왜 정식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없냐”고 되묻자 DMV 직원으로부터 “면허증이 작년에 만료됐기 때문”이라는 기계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이달 초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이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갱신시 시니어들이 꼭 치러야 했던 시니어 필기시험 폐지를 발표했지만, 그동안 필기시험 통과에 실패했던 한인 시니어 운전자들이 DMV의 탁상행정에 막혀 여전히 면허증 갱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내 운전 능력을 인정해 DMV에서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 주면서도, 정식 면허증 만료가 작년이라는 이유로 정식 면허증 발급을 거부하는 DMV의 태도는 불합리한 모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작년 5월에 운전면허증이 만료돼 갱신을 위해 DMV를 찾아 필기시험에 응한 박씨는 필기시험의 문제들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아 몹시 당황스러웠다. 어려운 문제들도 문제였지만, 컴퓨터로 치르는 시험 방식 자체도 난감했다.
잘못 기입한 정답이 갑자기 생각나 앞 문제로 이동해 답을 수정하기도 힘들었고, 정답을 마우스로 클릭해 입력하는 것도 낯설어 아는 문제도 놓치기 일쑤였다. 결국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박씨는 DMV의 권유대로 핸드북을 이용해 공부하며 두 차례 더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이었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DMV에서는 임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줬다.
병원을 가거나 마켓을 보는 등 차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환경인 탓에 박씨는 임시운전면허증을 이용해 운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건강상의 이유로 운전대에 손을 놓은 지 오래였다. 필기시험을 볼 때마다 DMV에 가서 수수료를 지불하고 차례를 기다려 시험을 치러야 하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식 면허증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DMV 직원의 말에 박씨는 만료되지 않은 임시 면허증이 있다고 호소했지만, 직원의 대답은 변함없었다. 결국 DMV 측은 “다음에는 종이시험을 보게 해 주겠다. 더 이상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박씨는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정식 면허증 만료가 올해가 아닌 작년이었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관행에 얽매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단지 만료 연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시험 없이 갱신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반드시 시험에 통과해야만 갱신할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