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영 임상심리학박사의 강철멘탈 클래스

제가 치료실에서 상담을 오신 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진단입니다.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만 그 분이 현재 고통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 방법과 계획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 인생을 살아가며 ‘진단’과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판단이란 행위를 말이죠. 물론 ‘진단’이란 단어는 의료나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특정
증상이나 징후를 기반으로 질병이나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죠. 전문가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떤 상태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인 것입니다. 반면, 판단이란 특정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거나 의견을 형성하는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이 두 단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형성된 그
의견의 근거가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즉 ‘진단’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라면, ‘판단’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 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의견을 형성하는 주관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반복되는 다툼과 고통으로 긴 세월을 마지못해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고는 결국 생각하는 것이 ‘다 이렇게 살아가는거지 뭐…’ 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부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렇게 고통스럽게 또는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이
결혼일까요?

부부가 서로를 아프게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단’대신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자 자신의 판단을 크게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판단이 주관적인
견해나 감정 또는 기분을 바탕으로 형성된 의견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렇게 확신을 할 수
없을텐데 말입니다. 제가 그동안 부부 치료를 하면서, 수많은 성격과 다양한 문제들을
보아왔습니다. 그 심각도는 모두 달랐어도, 다음의 세가지 특징을 가진 부부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 생활을 되찾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로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분들입니다. 상담 시간을 통해 각자가 부부간의 갈등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진단된 내용을 들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부부입니다. 깨닫지
못했을 때는 상대방의 문제점만을 바라보고 반응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견해를 들었을 때 바로 인정을 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두번째로는, 상대방의 입장을 마음으로 들으려고 하는 부부입니다. 그동안 서로가 오해하고
감정이 격해져서 듣지 못했던 상대방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다시 들어 보려는 태도를 가진
부부입니다.

세번째로는, 각자가 깨달은 사실을 자신의 행동 방식으로 적용시키는 능력이 좋은 부부입니다.
깨닫기를 잘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 깨달은 바를 자신의 행동에 적용 시키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적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깨닫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진단’한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들으려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행동 방식으로 변화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의료인이 오진을 할 경우 치료 방법이 잘못되고 예후가 악화되듯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 또는 자신이 대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이 왜곡될 경우, 그 인생의 결과도 매우 고통스러워 질 것입니다.

부부간의 갈등을 자신의 주관적 판단대신 객관적인 진단으로 해결해 보시기 바랍니다.

ssung0191@yahoo.com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