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지 언니는 대한민국의 ‘빛’이예요.”(임애지)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의 ‘보석’이요.”(오연지)
전국체육대회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맞대결을 펼친 한국 여자 복싱 간판 임애지(25·화순군청)와 오연지(34·울산광역시체육회)는 서로를 ‘반짝이는 존재’로 표현했다.
15일(한국시간 기준) 경남 김해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전 복싱 여자 일반부 60㎏급 준결승에서는 대회 12연패에 도전하는 오연지가 2024 파리 올림픽 54㎏급 동메달리스트 임애지에게 5-0(29-28 30-27 30-27 30-27 30-27)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했다.
오연지는 60㎏급의 절대 강자다.
54㎏급인 임애지는 전국체전에서 자기 체급 경기가 열리지 않아 매번 60㎏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이날까지 오연지와 네 차례 맞붙어 모두 졌다. 단 한 번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한국 여자 복싱 54㎏급을 대표하는 임애지와 60㎏급을 대표하는 오연지는 국제 대회에서 서로를 항상 챙긴다.
임애지는 오연지를 존경하는 선배이자 언니로 따른다.
임애지는 “언니와 같은 시대에 운동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언니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연지가 없었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선수들이 열심히 해도 메달 못 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미리 가졌을 것 같다고 한다.
임애지는 “언니는 전국체전도 11연패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을 따라 하게 되고, 경각심을 갖기도 한다”며 “내가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도 언니의 덕이 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보다 큰 세상을 꿈꾸게 해준 오연지를, 임애지는 ‘우리의 빛, 대한민국의 빛’이라고 치켜세웠다.
‘빛’ 오연지는 임애지를’보석’이라고 칭했다.
오연지는 “애지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복싱 최초 메달리스트가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내가 하지 못한 걸 애지가 해준 것 같아서 고맙고 기특하다. 나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둘의 맞대결은 이날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애지가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직후 국내 대회에서 여자부 체급을 세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면서 대한복싱협회가 내년 전국체전부터는 여자부를 다섯 체급 이상으로 나눠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마지막으로 60㎏급을 뛰는 시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임애지는 “전국체전 금메달이 아직 없고 국내에서 언니만 못 이겨 봐서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는데, 조금 더 아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지는 “올림픽 이후 애지의 경기력이 올라온 게 보여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나도 부담감을 갖고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는데, 배우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임애지가 예전보다는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나, 긴장하는 정도라든가, 좀 더 대범해진 것 같다”며 “나도 절대 쉽게 준비하지는 못했다”고 후배의 성장을 기특해했다.
체급과 나이를 뛰어넘은 임애지와 오연지는 복싱 선수로서 서로를 애틋하게 챙겼다.
임애지는 오연지에게 “고참으로서 언니가 얼마나 부담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나도 아쉽고 속상하긴 하지만, 언니를 향한 응원은 진심이었고, 앞으로도 더 응원할 거다”라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오연지는 임애지에게 “(이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텐데, 경계하기보다는 서로 있는 걸 다 해보자며 먼저 다가와 줘서 동생처럼 느껴지지 않고, ‘진짜 멋있는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후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한국 여자 복싱에서 정말 멋있는 선수다. 애지가 큰일을 해주고 있다”며 “새로 생기는 체급에서 애지가 가진 걸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듬뿍 담아 덕담했다.
‘보석’ 임애지와 ‘빛’ 오연지는 서로를 있는 힘껏 안으며 각자의 미래를 응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