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8일 “미국은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소재 주중 미국대사관저에서 개최한 방중 결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같이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상황을 과거에도 본 적이 있다”며 “10여년 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보조금)으로 저가 중국 철강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넘쳐났고 전 세계와 미국 산업계를 황폐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다시는 그런 전철(현실)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옐런 장관은 “글로벌 시장이 인위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중국산 제품으로 넘쳐날 때 미국과 다른 외국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거듭 지적했다.

중국 과잉생산의 엄청난 용량을 세계가 흡수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중국이 취하는 조치는 글로벌 시장 가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을 수정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옐런 장관은 밝혔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중국이 자국 내수 침체에 따라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초저가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이같은 우려를 미국이 유럽, 일본, 멕시코, 필리핀 등 동맹국 및 신흥시장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5∼6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진행된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 7일 진행된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 등을 통해 중국 과잉생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리창 총리는 미국이 문제 삼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전기차 저가 생산 문제는 시장 원리상 세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이 문제를 놓고 양국은 이견을 보였다.

옐런 장관은 “중국 입장에서 가능한 단기적인 해결책은 소비 수요를 촉진하고 공급 투자 중심의 성장모델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이른바 ‘균형 성장’을 주제로 추가 회담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옐런 장관은 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중국 고위관리들과 회담에서 추가 관세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옐런 장관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태양광 패널 등 이른바 ‘녹색 에너지 수출’ 분야에 대해서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녹색 에너지 수출 분야에서 저가공세를 계속할 경우 “그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국 고위당국자들에게 “러시아에 대해 군수품이나 이중용도 물품 판매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들은 미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기업들을 향해서도 그는 “러시아를 위해 물질적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 되며 그렇게 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4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방중한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 허리펑 부총리 외에도 란포안 재정부장(장관), 중국인민은행 판궁성 총재 등과도 회담했으며 곧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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