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알레르기 비염 진단

근본적인 면역치료, 3~4년 해야 효과

합병증 우려 높아 적극 치료를

“주말이 되면 방마다 대청소를 하고, 침구류도 2주에 한 번씩 세탁을 하지만 너무 힘드네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규민(41)씨는 요즘 콧물과 재채기를 달고 산다. 코막힘도 심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일찍 눕더라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김씨는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고통스럽다”며 “병원에서 면역치료를 받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 대표 질환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1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은 사례는 18.8%에 달한다. 성인 5명 중 1명은 알레르기 비염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아토피 피부염(5.6%), 천식(3.0%)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보다 해당 수치가 크게 높다.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해 비강 점막에서 발생한 염증반응으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생한다. 꽃가루‧미세먼지 등 특정 계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계절성, 집먼지진드기‧곰팡이에 따라 계절 구분 없이 콧물‧코막힘‧재채기를 앓는 것을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한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비염이 있을 경우 자녀도 해당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75% 안팎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유전적인 영향도 크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은 크게 네 가지다. 환경요법과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이 있다. 환경요법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실내 환기와 침구류 일광 소독을 자주 하고, 헤파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물요법은 가장 흔하게 쓰이는 치료방법이다. 항히스타민제 알약이나 항히스타민 코 분무기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히스타민이 분비돼 코 가려움과 재채기, 콧물 등 여러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하면 1~2시간 안에 증상이 서서히 감소한다. 하지만 약 효과가 사라지면 또다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항히스타민제가 코막힘엔 효과가 덜한 것도 한계다. 증상이 심할 땐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약제인 스테로이드를 쓸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면 면역치료가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 추출물을 몸에 투여해 몸 안에 항체를 만들어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주사요법과 설하경구요법으로 나뉜다.

주사요법은 초기엔 매주 1, 2회, 이후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 방법이다. 다만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어 최근엔 설하경구요법을 주로 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접촉 직후 기침‧흉통‧구토에 이어 호흡곤란‧저혈압‧의식 소실 등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

설하요법은 2일에 한 번씩 집에서 혀 밑에 알약을 놓거나, 물약을 떨어트리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혀 밑(설하)에는 면역세포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항원을 담은 물질을 놓아 항원‧항체반응을 통해 몸 안에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은 길게는 3~4개월에 한 번 정도 들러 부작용 여부 등만 확인하면 된다. 주사요법과 설하경구요법 모두 비용은 한 달에 18만 원 안팎이 든다. 두 방법 모두 3~4년은 치료를 계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면역치료 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코막힘이 심하다면 수술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알레르기 비염을 오래 앓을 경우 코 점막이 부풀어 숨을 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김 교수는 “예전엔 부은 코 점막을 잘라냈었는데 최근엔 부어 있는 점막에 삽입한 침을 통해 전기 자극을 줘 부은 부위를 줄이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소요 시간도 총 20분 안팎으로 비교적 간편하다.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여러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실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천식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3배 안팎 높다.

의정부성모병원 연구진이 2016~2018년에 수집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알레르기가 없는 환자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1.35배, 정신과 진료경험은 1.48배, 우울증 진단 위험도는 1.83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비슷했다. 증세가 가장 심한 지속성 중증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보다 우울감은 1.7배, 자살충동은 1.8배, 불안감은 2.4배 높았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무슨 병이든 빠르게 치료하는 게 가장 좋다”며 “조금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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