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방식·시점 등에 촉각…확전 막으려 사우디 도움 기대

“이스라엘, ‘욤키푸르’ 명절 12일 해질녘까진 공격 안할 것”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폭격한 후 보복 공격에 대비해온 이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중동 대리세력 ‘저항의 축’ 가운데 하나이자 이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헤즈볼라가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공세에 급속도로 약화한 탓에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2일 현재 이란은 인접국을 상대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자들은 최소 3번 접촉했고, 압박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중동 순방길에 올라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등 이란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표적 공습과 지상전으로 헤즈볼라 지휘부가 궤멸되다시피 하면서 그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앞세워 이스라엘에 맞서왔던 이란은 순망치한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카타르 등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영토나 영공을 내어줄 경우 보복하겠다’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미국 CNN 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강도를 줄이고 테헤란 보호에 도움을 받고자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걸프 국가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미국과 가까운 이들 걸프 국가는 이란 석유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중동 전체에 경제적, 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CNN은 언급했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고자 미국에 영향력이 있는 사우디의 도움을 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우려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 1일 이후 이스라엘에 이란의 핵 시설이나 석유 인프라를 겨누지 말라고 설득해왔다. 지난 9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하면서 이스라엘의 보복 시기와 강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국면 1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계속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가자지구 작전 강도를 높여왔고,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겨눈 ‘북쪽의 화살’ 작전을 개시한 이후에는 미국과 프랑스가 제안한 휴전안을 무시한 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 공격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지 않았으며,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할지에 대해서도 어떤 보장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자국 최대 명절인 ‘속죄일'(욤키푸르) 기간에는 대규모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던 만큼 속죄일이 끝나는 이날 일몰 이후에는 이란에 대한 보복 움직임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보복을 감행하더라도 이란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중동 갈등 확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국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을 미국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란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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