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감소에 고육지책
1인가구·고령화 등 원인

자재·인건비 등 모두 상승
건설비용 줄여 고객 유치

40년 만에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여파로 식품 등 생필품에서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건축업자들 역시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예비 주택 구매자들의 구매력이 추락하자 주택 가격을 내리는 대신 주택 면적을 줄이는 차선책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부동산 전문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기업들이 제품의 크기와 무게, 수량 등을 줄이면서 가격은 변하지 않게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 바람이 주택 시장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선임 경제학자인 조엘 버너는 “건축업자들이 부동산 가치 상승과 수십년간의 신규 건축 부족현상이 맞물려 발생한 저렴한 주택의 부족현상을 채우려고 (슈링크플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 최대의 단독 주택 주택건설업체인 D.R 호튼은 올해 초 실적 발표를 통해 “2023년 회계연도와 2024년 회계연도까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사용을 늘렸다”며 “필요한 경우 주택가격과 주택 면적을 줄여 구매자들의 구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 데이터 전문 분석회사인 파클 랩스에 따르면 신축 주택의 평균 크기는 지난 2022년 2,098스퀘어 피트에서 2023년 2,036스퀘어 피트로 1년 만에 3%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지난 10년간 가장 큰 하락폭이라고 리얼터닷컴은 전했다.

1인 가구와 저출산 증가, 고령화 등 인구 통계학적 변화도 건설업자들이 주택 면적을 줄이는 주요 원인에 해당한다.

리얼터닷컴은 “젊은 세대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않고 출산율도 감소해 주택 규모가 수년 동안 줄어들고 있다”며 “또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돼 큰 주택이 필요 없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건설업자들이 주택 면적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몇년간 전국 평균 주택규모는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워낙 오른 탓이다.

USA투데이 홈프론트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중간 주택 크기는 5년 전보다 128스퀘어 피트 줄어든 반면 가격은 오히려 12만5,000달러 더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전국 중간 주택 크기는 1,996스퀘어 피트에서 올해 1,868스퀘어 피트로 6.4% 작아진 반면 평균 가격은 32만달러에서 44만5,000달러로 39.1%나 급등했다.

주요 150개 대도시 지역 가운데 최근 5년간 주택 크기가 늘어난 곳은 18곳 정도였다. 전국에서 주택 규모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로 중간 주택 크기가 22% 줄었지만, 스퀘어 피트당 가격은 153달러에서 233달러로 무려 52%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 홈프론트팀의 조사 담당자 데이나 드레이크는 “주택 가격 상승에도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등 인플레이션과 지속적인 경제 위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론상으론 소형 주택을 건축하면 비용이 줄이만 현실적으로는 높은 수요한 비싼 자재비로 인한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에는 비용절감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주 한국일보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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