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용 변호사의 캘리포커스

미국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고, 최초의 여성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등 이번 선거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유력한 후보가 암살 시도에서 두번이나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게 관심을 끄는 것은 암살 대상이 된 후보가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두번이나 총에 맞아 죽을 뻔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뒤 총기 규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까?


많은 분들이 미국이 총기 소지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정말 그렇다.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수정헌법 제2조다.
“규율이 잘 서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이에 따르면 연방 정부는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개인의 신변 안전을 위해 총기 소지를 허용한 것이
아니라, 주의 안보를 위해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정헌법 제2조가 제정되던 1791년, 미국은 13개의 개별 주로 구성된 신생
독립국가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워싱턴에 중앙정부를 두는 연방제를 채택했지만,
강력한 연방정부가 각 주의 안보를 위협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각 주가 민병대(‘의병’
정도로 번역하면 이해가 쉽다)를 확보할 권리를 헌법에 명시했다. 이보다 앞서 영국
왕실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할 당시에는 민병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연방정부가 각 주의 자치권을 폭력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을까? 무장한 민병대가 과연 국가나 주의 안보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일반 시민이
무기를 소지했을 때 사회 안정에 위협이 되고, 무고한 인명의 대량 살상을 부르고 있다.
그렇기에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대법관은 지난 2018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수정헌법 2조를 ‘18세기의 유물’로 규정했다.

이럼에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제정하는
의회가 총기 규제에 미적거리는 것은 “민병대와 상관없이 개인이 총을 소유할 권리를
인정”한 2008년 연방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District of Columbia v. Heller).
최고 지성인 연방대법관들이 상식에 어긋나게 법조문을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총기
단체의 강력한 로비와 위협이 보태져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이익집단들이 대중을 속이는
가장 거대한 사기 중 하나”를 저지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민병대가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전제 조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는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일반인은 물론 법조인조차 이같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건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와는 달리 2조는 거의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다.


술을 사기 위한 최저 연령은 21세지만, 총을 사기 위한 최저 연령은 18세로 더 낮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더 이상, 이 ‘거대한 사기’ 앞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이웃이, 그리고
가족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지금 우리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가족과 자손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대용 변호사 myatty323@gmail.com

(323)38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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