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마감된 2024 MLB

오타니 [로이터]
오타니 [로이터]

문상열의 스포츠 그 뒷 얘기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1876년 내셔널리그로 먼저 출범했다. 148년이 됐다.아메리칸리그는 1901년 123년이다.148년의 역사를 자랑한 메이저리그의 2024년은 오타니 쇼헤이(30)로 시작해 오타니 쇼헤이로정리된 해다. 아직 ‘옥토버 베이스볼’의 정점 월드시리즈가 남아 안벽하게 오타니로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가능성은 있다. LA 다저스는 98승64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작성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 내내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엄밀하게 말해서 오타니는 2013년 12월 11일 다저스와 초유의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으면서 모든 MLB 뉴스를 빨아들였다. 다저스의 천문학적 액수 계약은 투타를 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4시즌 오타니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일명 토미 존 서저리)로 타자로서만 활동했다.투수를 겸하지 않고 타자 오타니는 가공할 만했다. 투타를 겸할 때는 두 분야의 톱클래스였으나 히터 오타니는 최정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해도 타자만 전념하는 게 좋을 것이다는 조언을 할 정도다. 물론 오타니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그는 MLB 정복하러 왔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MLB 7년 동안 3차례 리그 MVP 수상자가 된다.

2024년 내셔널리그 MVP는 확정적이다. 다만, 기자들이 지명타자로서 만장일치로 지지할 것이냐의 여부만 남았다.MLB에서의 오타니의 활약상은 만화의 주인공이다. 8월 9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미치 켈러에게시즌 35호 홈런을 치면서 MLB의 스포트라이트는 오타니에게 쏠렸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최정점 40-40클럽(홈런-도루)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MLB 사상 40-40 클럽 가입은 1988년 호세 칸세코(오클랜드 에이스), 1996년 배리 본즈(SF 자이언츠),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워싱턴 내셔널스), 2023년 로널드 아큐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5명 밖에 이루지 못한 엘리트 클럽이다. 오타니는 8월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0개 도루를 작성하고 9회 말 만화나 비디오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40-40클럽에 신고했다. 오타니의 MLB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후 미디어의 초점은 사상 초유의 50-50 클럽 가입에 모아졌다. 종전 50-50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언터치어블 기록이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역대 40-40클럽에 최소 경기로 가입하면서 50-50 가능성이 현실로 부각됐다.

결국 9월19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3홈런 2도루를 작성하며 50-50클럽에 가입했다. 전인미답의 기록을 현실화했다. 이날 6타수 6안타(3홈런 2 2루타) 10타점을 작성했다. 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대기록 달성에는 말린스 스킵 슈마커 감독의 정면 승부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이었으면 6차례나 정면 승부를 하면서 팀이 희생양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슈마커는 2025년 말린스 감독직으로 복귀하지 않는다.

3홈런 2도루는 MLB 사상 처음이다. 10타점은 톱타자로 처음이다. 다저스 한 경기 최다 타점이기도 하다. 종전 MLB 톱타자 최다 타점은 8타점이다.오타니는 2024년 MLB와 다저스 기록을 무수히 갈아 치웠다. 140여년 MLB 사상 한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상이다. WS가 끝나고 발표될 MVP 트로피 수상만 남았다.

이미 두 차례 아메리칸리그 MVP(2021, 2023년)을 수상하고 내셔널리그 MVP다. 두 차례 수상이 만장일치다. MLB MVP 사상 두 차례 만장일치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이번에 세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야구기자들은 오타니를 좋아한다. MVP를 수상할 경우 최초의 풀타임 지명타자가 된다. 야구 기자들은 지명타자를 반쪽 선수로 평가해 MVP를 주지 않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두 차례 MVP를 받은 프랭크 토마스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겸했다.

오타니는 159경기 출전이 지명타자다. 또 한 양 리그 MVP는 사상 두 번째다.그동안 프랭크 로빈슨(명예의 전당 회원)이 유일했다. 통산 586 홈런을 남긴 로빈슨은 1961년 내셔널리그 신시내티 레즈, 1966년 아메리칸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수상했다. 게다가 오타니는 나이와 투타를 겸하는 터라 MVP 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MVP 최다는 약물 복용 혐의자 배리 본즈의 7회다. 그외의 선수들은 3회가 최다였다. 오타니가 올해 보여준 활약의 특징은 ‘노 프레셔(No Pressure)’다. 보통 슈퍼스타들도 대기록을 앞두고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기자들이 물어볼 때는 “그런 것 신경쓰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하지만 나중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실토한다. 아홉수라는 게 심리적 부담감의 다른 말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40-40, 50-50을 비디오 게임처럼 해버렸다. 이제 남은 게 월드시리즈 우승 쟁취다. 그동안 전력이 취약한 LA 에인절스에서 활동한 터라 플레이오프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MLB 현역 가운데 최다 경기(859) 출전자로 노 PO 선수였다. 이제 PO 무대에 올랐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에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 MVP 타입의 정규시즌과는 달리 디비전시리즈에서 방망이가 침묵해 PO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오타니는 팀을 우승시킨 전력이 있다. 일본이다. 2016년 니폰 햄 파이터스를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023년에는 일본 대표팀을 WBC 우승으로 올려 놓았다. 2024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무대도 통할지 흥미롭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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