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위해 총 맞았다”

트럼프 옆에서 찬조연설하는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12주만에 대규모 유세…’신성한 곳’ 언급하며 세 결집 시도

해리스 맹폭하며 “나라 위해 싸울 것”…”러·중·북 문제 안돼, 더 위험한 내부의 적 있어”

테슬라 CEO 머스크도 참석해 찬조 연설 “트럼프가 이겨야 헌법수호”…밴스 등 총출동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이 7월 총격을 당한 유세 현장을 12주만에 다시 찾아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 싸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상징이 된 “싸우자”(fight) 구호를 외쳤다.

이날 유세에는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도 총출동, 바람몰이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시의 야외 행사장인 버틀러 팜쇼(Farm Show)에서 열린 대규모 유세에서 약 90분간 연설하면서 “지난 8년간 우리의 (밝은) 미래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탄핵하려 하고, 기소하고, 심지어 아마도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11월5일 대선을 31일 앞둔 이날 행사장을 꽉 채운 청중들 앞에서 연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주전 우리는 모두 미국을 위해 총에 맞았다”며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는 “정확히 12주전 이런 저녁에, 바로 이곳에서 한 냉혈 암살자가 나와 위대한 운동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침묵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범을 “사악한 괴물”로 표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의 손길에 의해 그 악당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리의 운동을 중단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경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경호 요원 등을 거론하면서 “이 신성한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할 것”이라며 현장을 지지자들의 ‘성지’로 규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지난 7월 피격 직후 이동하면서 청중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채 외쳤던 “싸우자(fight·파이트)” 구호를 여러차례 반복해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열광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파이트’를 3차례 외친 뒤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이고, 이 나라를 구할 것이며, 공화국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설 시작 10분쯤 지난 오후 6시11분께 “12주전 바로 이 시각 총격이 시작됐다”며 7월 유세에 참석했다가 총격으로 사망한 코리 콤퍼라토레 씨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하자고 제안했고, 성악가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부르는 가운데 추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유세한 곳은 지난 7월 13일 20세 남성 토머스 크룩스가 유세 연단에서 연설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소총으로 총알 8발을 발사한 곳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스쳐 지나가 큰 부상을 피했지만, 유세장에 있던 시민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크룩스는 저격수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피격 장소에서 이날 대규모 유세를 개최하면서 당시 상황을 상기시키려 애쓴 것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초박빙 대결 속에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경합주 중의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막판 바람을 다시 일으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피격 이틀뒤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7월 중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는 최고조로 치달았는데, 이날 유세를 통해 그 동력을 되살리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우리는 강력한 국경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들어와서 우리를 해치게 하길 원치 않는다”며 재집권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자신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굴 것이라며, 미국에 제조시설 두는 기업들에 대한 감세와 중국 등에 대한 상호주의적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을 인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을 거론, “4년전 세계는 우리를 그 어느 때보다 존중했지만 지금은 우리를 비웃는다”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비웃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임기 중에 “우리는 (유인우주선으로) 화성에 도달할 것”이라며 “일론(머스크)이 그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신이 현명하다면 나라 밖의 적(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한 내부의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집권하면 “제3차 세계대전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거의 (3차 대전에) 가까이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맹폭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의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조롱받는 여성이었다”고 밝힌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7월 재선 포기와 관련, “그들은 쿠데타를 했다”고 했다.

머스크는 찬조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1천표, 500표 차이로 결정될 수도 있다”며 “여러분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유권자 등록 및 투표를 독려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야만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친 대로 “싸우자” 구호를 반복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선 밴스 상원의원은 “우리가 미국 대통령에 대해 원하는 리더십 자질에 대해 생각해 봤다”며 “우호적인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두려워하는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가질 것인가, 아니면 두 명의 암살범(7월 총격범과 9월 플로리다 골프장에서의 암살 시도범)을 압도하며 총을 맞은 바로 그 장소로 승자답게 돌아오는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피격 사건 이후 수장이 퇴진하는 등 홍역을 치른 비밀경호국(SS·전현직 대통령 경호 전담 조직)은 이날 연단 주변에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등 7월 유세때에 비해 한층 강화된 경호 수준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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