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순간에 극심한 불안감·공포감 반복
자가점검 통해 의심되면 전문의 진료 받아봐야
약물치료·정기적 상담 병행하면 치료 효과 높아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개그맨 양세형은 올해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일상을 공개하는 도중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한참 홈트레이닝을 하다가 갑자기 거울이 있는 구석으로 향하더니, 거울은 보지 않고 한참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 이 모습을 본 MC들은 “동생이랑 싸우고 엄마한테 ‘벽 보고 서있어’라는 말을 들은 아이같다”며 의아해 했는데, 양세형은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힘들 때 좁은 곳에 들어가면 증상이 심해졌고, 이를 이겨낼 방법을 고민하다 일부러 더 구석으로 가서 숨쉬는 걸 연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다른 방송에서 한창 바빴을 때 번아웃과 함께 공황장애를 겪으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음을 털어놨다.
공황장애는 양세형 외에도 김구라, 정형돈, 차태현 등 유명 연예인들이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연예인이 많이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정 직업인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에 피로가 쌓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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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가장 대표적인 불안장애 중 하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극심한 불안감과 공포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수준이 환자 스스로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알려졌다. 특히 공황 발작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정상적인 불안 수준을 훨씬 벗어난다. 심리적인 증상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다 보니 환자들은 엄습한 공포감에 꼼짝 못하거나 안절부절 못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공황발작(panic attack)’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불안감은 살면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정상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위험한 순간에 놓였을 때 발생하지만 공황장애 환자에게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발생한다. 이유가 없어도 생기는 증상이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는 증상이 악화되는 게 당연하다.
공황장애는 일반 인구의 약 3~5%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 공황장애를 진단 받았거나 의심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명 연예인 중에서도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고백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신체적인 원인과 외부적인 스트레스, 개인적인 인생 경험, 특히 유년기의 초기 경험과 그에 따른 인격의 발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황장애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그 밖에 유전적인 요인과 인지적인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치솟는 불안감과 공포감이다. 몇몇 환자들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 공황발작이 발생하기 전에 곧 증상이 발생할 것 같은 전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내면에서 불안감의 정도가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조마조마한 느낌으로 살게 되었다는 환자도 있다.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느낌이 들거나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리는 증상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분명히 몸으로 극심한 괴로움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라는 소견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환자도 많다. 심근경색,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 내과 진료를 먼저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게 된다.
다행히 공황장애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같은 약물 치료에 반응을 잘 하는 편이다. 항불안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빠르게 완화된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공황발작이 발생하는 빈도나 증상의 정도가 점차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공황장애는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증상이 좋아져도 1년 정도는 유지 목적의 약물요법을 지속하길 권한다.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물치료만 진행하는 것보다 약물치료와 정기적인 상담을 병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다는 보고도 있다. 개인 상담치료는 불안의 심리적 요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인지행동치료는 공황발작을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해 대처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개 그룹 형태의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고 여기에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근육 이완법이나 호흡법이 포함된다.
공황발작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많이 지치고 힘들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돼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10명 중 8명의 환자는 상당히 호전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황장애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능한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범하게 치료를 받는다면 상당히 호전돼 큰 영향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