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밸푸어선언 쓴 책상’ 농담도 해”…”자기중심적 회고록” 혹평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발간을 앞둔 회고록 ‘언리시드’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2017년 영국 방문 이후 자신의 사무실 화장실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당시 외무장관이었는데,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과 회동하던 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고 한

존슨 전 총리는 회고록에 “우연이든 아니든 나중에 정기 도청장치 수색 때 변기에서 장치를 발견했다고 들었다”고 썼다.

앞서 2019년 미국 정부가 백악관 인근에서 발견된 통신 감청 장비의 배후가 이스라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온라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전직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한 적 있다.

존슨 전 총리는 또 회고록에서 2017년 당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의 책상과 볼펜을 가리켜 1917년 아서 제임스 밸푸어 외무장관이 ‘밸푸어 선언’을 썼던 그 책상과 볼펜이라고 농담했다고도 했다.

유대계 대자본가 로스차일드 경에게 보낸 이 ‘밸푸어 선언’은 영국 내각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a national home) 수립을 지지하고 노력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이 선언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아랍계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약속했던 당시 영국 정부의 입장과 엇갈리는 탓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으로 지목된다.

존슨 전 총리는 이 말을 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진짜로 경이로워하는 듯’ 보였다면서 곧바로 이는 농담이고 자신은 밸푸어 선언이 어떻게 쓰였는지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고 덧붙였다.

존슨 전 총리는 이날 보도된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크렘린궁의 관점에서는 트럼프가 유럽 국가에 대한 공격을 미국과 세계 질서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해 강하게 나올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리스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당 정부의 망명신청자 르완다 이송 정책에 걸림돌이 된 유럽인권조약(ECHR)에서 탈퇴하는 국민투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자인 그는 노동당 정부가 EU와 관계 재설정에 나선 데 대해 “그들은 살금살금 EU로 되돌아가려 한다. 이는 재앙”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회고록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기 전 뼈암을 앓았다는 주장이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네덜란드 백신 공장에 대한 군사작전까지 생각했다는 술회를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언론 보도를 보면 이같은 ‘폭로’가 화제를 모으는 데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회고록 자체에 대한 혹평도 나왔다.

일간 가디언은 서평에서 “일화 일부가 충격적이기는 하다. 거의 무심결에 자기이해를 보여주기도 한다”면서도 “자기 성찰은 없다. 화려한 과장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 책의 공허함을 가릴 수는 없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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