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에 거주하는 30대 박모씨는 얼마 전 잘 사용하지 않는 은행 계좌를 확인하고 크게 놀랐다. 일정 금액만 예금해 두고 잘 사용하지 않던 계좌의 명세서에는 쓰지도 않은 금액들이 3,000달러 이상 빠져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계좌에서는 5달러와 10달러 정도의 정체 모를 소액이 여러 차례 인출된 후, 애플 등 매장에서 1,000달러 단위의 결제가 이어졌다. 당황한 박씨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빠져나갔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당연히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보상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은행 측은 박씨에게 증거를 직접 찾아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은행 계좌 해킹 사건이 급증하면서 한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피해를 본 한인들은 이메일이나 금융정보가 해킹된 후, 은행 계좌와 크레딧 카드 계좌에서 본인이 모르는 결제와 거래로 현금이 인출되는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
동부 메릴랜드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변모씨는 금융 정보가 해킹된 사례다. 변씨는 “올초 은행 계좌와 크레딧 카드 해킹으로 여러 번의 피해를 입어 골치를 썩었다”며 “올초부터 새로 거래하는 은행에서 오픈한 비즈니스 계좌에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0여회에 걸쳐 총 3만여 달러가 모르는 다른 계좌로 자동이체 된 것을 7월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변씨는 계좌를 오픈한 은행에 직접 찾아가 신고했고, 조사를 통해 해커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관련 계좌(Kraken Exchange)로 불법 자동이체를 한 것이 드러났다. 변씨는 “제대로 된 승인 없이 돈이 빠져나간 명백한 사기사건이지만 은행에서는 불법 계좌 이체에 대한 신고가 늦게 돼 금융사의 책임이 아니라며 회피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물론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거나 보상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보유한 계좌를 잘 살펴보지 않은 내 잘못인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글렌데일의 박씨도 금융기관의 무책임함을 토로했다. 은행이 증거를 요구하자 박씨는 우선 가장 큰 금액이 결제된 애플로 전화를 걸어 결제 정보를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받은 정보에는 박씨 이름으로 돼 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의 운전면허증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가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결제된 증거를 은행에 보내자 은행은 보상을 진행했다.
박씨는 “애플 매장에 전화해 결제 정보를 요구하고, 받은 정보를 은행에 보내 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다. 만약 영어구사가 어려운 시니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돈을 보상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기 피해를 본 고객에게 직접 수사해 증거를 가져오도록 요구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어바인에 거주하는 50대 한인도 올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기(Fraud) 담당국이라고 소개하는 안내 음성이 나오는 전화를 받고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다.
그는 계좌가 도용됐다는 설명을 들은 뒤 새 앱(애플캐시)을 깔았다가 1만5,000달러 상당의 잔액이 모두 사라지는 피해를 겪기도 했다. 당시 A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애플 고객 서비스에 연락해봤지만 결론적으로 보상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남가주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정부, 금융 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황의경 기자>